장기실업자 증가 폭 역대 최대…전년 대비 6만명↑

2016-09-21 15:01
전체 실업자 중 장기 실업자 비중 18.27%…IMF 이후 최고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소형 가구제작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던 김 모씨(44·남)는 10개월째 구직활동 중이다.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말 회사가 매출 감소를 이유로 몇몇 직원들에게 퇴직을 권유했고, 김 씨는 동료 몇 명과 함께 회사를 나왔다.

그러나 퇴직 당시 금방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문제였다. 이전 직장과 비슷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찾기가 힘들었고, 그나마 눈높이를 낮춰 지원해도 번번이 탈락하기 일쑤였다. 오늘도 고용지원센터를 방문한 그는 올해 안에 취업에 성공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실업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실업기간 6개월 이상 실업자 증가 폭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장기실업자 비중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수준에 육박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수는 18만2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6만2000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증가 폭은 실업자 기준을 구직 기간 1주일에서 4주일로 바꾼 1999년 6월 이후 역대 최고치다. 또 장기 실업자 수는 1999년 8월 27만4000명을 기록한 이후 8월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장기실업자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장기실업자 수는 2013년까지 증감을 반복하다, 2014년 이후 매달 평균적으로 1만∼2만여명씩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5월부터 올해 초까지 증가 폭이 3만∼4만여명으로 확대됐고, 지난 7월 5만1000명으로 급등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증가 폭이 6만명대로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전체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 비율은 18.27%로 IMF 외환위기로 나라 전체가 힘들었던 1999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999년 당시 20%에 달했던 장기실업자 비율은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10년 이후에는 7∼8% 선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장기실업자가 늘면서 장기실업 비중은 10%대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10% 후반대까지 치솟았다.

장기 실업은 계속되는 불황으로 인한 경기 이상 징후를 방증하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미 한국경제가 장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것이다.

아울러 조선 ·해운 산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대량 실업사태까지 겹치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크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겨나는 실업자들이 자칫 장기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장기침체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업이 발생하더라도 경기가 회복되면서 일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장기침체는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