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에 인생 쏟아 부은 황덕균, 15년 만에 이룬 꿈

2016-09-20 08:07

[황덕균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전성민 기자 ="목표가 하나 생겼다. 1군에서 1승을 달성하는 것이다. 나에게 1승이란 내 인생을 쏟아 부은 것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3월. 당시 프로 데뷔 13년 차 투수였던 황덕균(33·넥센 히어로즈)이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얼핏 보면 2002년 프로에 입단한 선수의 꿈치고는 소박했다. 하지만 멀고 힘든 길을 걸어 온 그에게는 큰 꿈이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꿈은 현실이 됐다. 황덕균은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4이닝 2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다. 넥센은 황덕균의 호투 속에 11-1로 이겼다.

15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1승이다.

황덕균은 2002년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전체 33번)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지만 1군 경기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채 2004년 방출됐다.

황덕균은 야구 선수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2009년 군 제대 후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에서 입단 테스트를 봤지만 떨어졌다. 2011년 1월 일본프로야구 독립리그 서울 해치에 입단한 황덕균은 그해 말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트라이 아웃에 참가해 합격했다.

2012 퓨처스리그 38경기(79이닝)에 나서 10승3패 평균자책점 3.30의 좋은 성적을 거둔 황덕균은 묵묵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황덕균은 2013년 9월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11년 만에 1군 마운드를 밟았다. 비록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는 못했지만 그는 1군 무대 등판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2013 시즌 후 NC는 전력분석원을 kt는 선수로 뛰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해 9월 아들을 얻은 황덕균이 인생에서 가장 크게 고민한 시기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때 아내 신선영씨의 지지는 큰 힘이 됐다. 당시 황덕균은 "아내가 끝까지 선수 생활을 해보라고 말해줬다. 항상 고맙다"고 말했다. 그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야구공을 놓지 않는 이유는 가족이었다.
kt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 황덕균은 정명원 kt 투수 코치에게 스플리터를 배우며 부활을 노렸지만, 2015 시즌 3경기에 출전해 3⅔이닝 3실점에 그쳤다.

또 한 번의 방출이 있었지만 또 한 번 포기하지 않았다. 2015 시즌 후 테스트를 거쳐 넥센에 입단했다. 황덕균의 프로 네 번째 팀이다.

넥센에서 롱릴리프로 활약 중인 황덕균은 올 시즌 세 번째 등판에서 첫 승을 이뤄냈다. 6월3일 KIA전서 1이닝 1볼넷 무실점, 9월15일 kt전서 5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던 황덕균은 19일 경기에서 선발 김정인이 흔들리자 두 번째 투수로 나와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첫 승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NC 입단, 1군 첫 등판 그리고 1군 첫 승. 황덕균은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한계를 이겨냈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만 공을 던지지 않았다.

황덕균은 2012년 “방출된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어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놨다.

15년 만에 이룬 첫 승. 분명 누군가에게 희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