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노량진시장 새 부지로 이전 차질 1년째… 운영기관-상인 갈등 반쪽자리 운영 불가피
2016-09-18 18:00
아주경제 강승훈·조득균 기자 = 서울 가락시장·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사업 이후 새로운 부지로 이전이 1년 가량 차질을 빚고 있다. 타협 불가를 주장하는 일부 상인들과 법적 대응 및 입점 배제 등 운영기관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잡음만 커져 우리나라 도매시장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두 곳의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하다.
◇가락시장… 지루한 법정다툼 대법원으로 공 넘어가
기존 도매권역 내 직판·임대 1138개 업체 가운데 819곳이 현 가락몰(1단계, 연면적 21만958㎡, 지하 3층~지상 3층)로 이전 계약서에 사인을 마쳤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작년 6월 사용승인을 마무리하고 그해 10월부터 순차적으로 새 둥지로 옮겨왔다. 올 8월 현재 732개(64%) 업체에서 정상적으로 영업 중이다. 수산(286곳)·축산(105곳)의 경우 100% 입주를 마친 반면 청과직판은 전체 절반 가량인 319곳(인원 기준 48%)에서 옛 터전을 지키고 있다.
옛 시장에서 영업을 계속 중인 김모씨(65)는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면서 단골 손님들을 확보하며 경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새 부지는 지하라서 구매자들이 일부러 찾지 않는 한 발길은 뜸할 것"이라며 그야말로 거래가 다 끊어질 게 뻔하다"고 반발했다.
이번 지루한 법정다툼은 이달 중순께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항소심도 1심과 동일하게 공사 측 손을 들어준 상태에서 상고 결과의 변동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공사 측은 가급적 대화로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지만 연내 협상이 결렬될 땐 점포 명도를 강제 집행할 방침이다. 도매권역이 서둘러 정리되지 않으면 내년도 정부 예산이 들어간 실시설계는 커녕 2025년을 목표로 잡은 최종 사업기간 현실화가 어렵다.
◇노량진시장… 강성 상인들 입주에 속도 해결 실마리(?)
운영주체인 수협중앙회 산하 노량진수산(주)은 시설 노후화에 따른 시민과 식품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전통시장 부문을 없애고, 신축 건물로 옮기는 것을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상인들은 과거보다 높아진 임차료와 보다 적어진 점용면적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협은 2012년부터 총 5237억원을 들여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에 착수했다. 1971년 지은 옛 건물이 안전검사에서 C등급(보강 필요) 진단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1월까지 점포 이전을 끝낼 계획이었지만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사업비상대책총연합회'(이하 비대위)와의 마찰이 법정공방으로 커졌다.
지난 3월 15일로 전통시장에서 판매상인들의 임대기간은 끝났다. 그렇지만 일부에서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수협이 4월 27일 '점유이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명도소송이 진행되면 구 건물을 철거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전통시장에서 영업 중인 이들은 상점을 비워줘야 한다.
이에 비대위 측도 수협이 영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점유방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맞섰다. 상인들은 "점포당 면적이 비좁아 수족관이나 냉장고 등각종 집기류를 들여놓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전용하는 부분은 5㎡ 수준으로 동일하지만, 이전에는 임의적으로 복도를 활용해왔다. 거의 규정상의 크기와 비슷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아울러 관리비와 임대료를 합쳐 한 달 20만원 안팎의 비용이 추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상인들은 가게는 작아졌는데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할 돈만 많아졌다고 불만을 드러낸다.
수협 측은 지난달 잔류 상인들에게 잔여공간의 추첨 배정 계획을 최종 통보했다. 이런 강수에도 상인들은 마지막 제안을 거절해 앞으로 일정이 더욱 꼬이는 듯 했다. 그러나 일반인 모집공고가 예정됐던 이달 7일 일부 강성이던 상인들이 화해의 제스쳐를 보내, 해결 실마리도 풀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