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오바마·두테르테 정상회담 취소
2016-09-06 06:47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현지시간 5일 백악관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회담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의 초법적 마약과의 전쟁이 인권 침해라고 지적한 데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욕을 섞어가며 특유의 과격한 반응을 보이자 백악관이 정상회담 취소를 통해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과의 회담을 취소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2013년 그는 한 차례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회담을 취소한 적이 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마약 용의자에 대한 즉결 사살 등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 마약 소탕작전을 비판했다. 오바마는 미국 역시 마약 밀매로 인한 심각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나 필리핀에서의 단속 방법은 국제적 기준과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두테르테와의 회담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오바마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나는 미국의 애완견이 아니다. 나는 주권국의 대통령이고 필리핀 국민이 아닌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없다”며 오바마가 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개XX라고 욕을 해버리겠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오바마 대통령은 5일 항저우에서 라오스로 출국하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필리핀 정상과의 회담 시기가 적절한지 다시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해 정상회담 결렬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집계에 따르면 두테르테의 대통령 취임 이후 필리핀에서는 경찰과 자경단이 2000명 이상의 마약 용의자를 사살했다.
국제사회에서 필리핀의 인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두테르테는 오히려 자국에 마약범 소탕 작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그는 UN이 내정에 간섭할 경우 UN을 탈퇴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