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받는 보험사 사외이사는 ‘예스맨’
2016-09-05 18:00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억대 연봉을 받는 보험회사의 사외이사들이 상정된 안건에 무조건 찬성표를 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을 감시해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여할 의무가 있는 이들이 회사가 제시한 안건에 찬성만 하는 일명 ‘예스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교보·한화·동양 등 주요 생명보험사 4곳의 사외이사들은 올 상반기 열린 이사회 안건에서 단 한건에도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총 8번의 이사회를 개최해 24건의 안건을 처리했지만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 4명은 단 한차례의 반대 의사도 표시하지 않았다.
교보생명도 상반기까지 3차례의 이사회를 개최해 임원보수, IFRS4 2단계 통합시스템 구축, 일본 현지법인 설립 등 굵직한 15건의 안건을 다뤘지만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 4명은 모두 찬성 의견만 밝혔다. 한화생명과 동양생명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두 회사 모두 각각 3 차례 열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한화생명 5명, 동양생명 4명)은 경영진의 의견에 100% 동의했다.
손해보험사 사외이사들 역시 '예스맨'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6개월간 처리한 안건 24개 가운데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현대해상도 상반기 27건의 안건을 모두 사외이사들의 100% 찬성 속에 무사통과시켰고, KB손해보험 역시 올 상반기 6차례 이사회를 열어 다룬 24개의 안건이 그대로 통과됐다.
사외이사제도는 대주주의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고 기업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1998년 도입됐다. 상법에서 상장기업에 의무적으로 사외이사를 두도록 하는 이유는 이들이 경영진 및 최대주주로부터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주주들을 위한 경영활동 감시자로서 최적임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스맨’ 사외이사들에게선 더 이상 이같은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보험사 이사회 안건은 재무제표 및 임원보수 승인 등 기본적인 사항도 많았지만 신규 사외이사 선임, 배당금 결정, 부동산 매각, 해외현지법인 투자, 내부거래 승인 등 향후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도 많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꽃보직’으로 불리며 고급 사교클럽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며 "특히 보험사 사외이사들은 금융위 및 금감원 고위간부나 대법관 출신들이 많은데 이런 고급 인력들이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형식적으로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머무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사 사외이사들은 올 상반기에만 1인당 수 천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받았다. 삼성생명은 8번의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1인당 약 40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고, 삼성화재는 4번의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약 39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한화생명과 동양생명, 현대해상의 사외이사 역시 올 상반기 1인당 3000만~4000만원의 급여를 챙겼다. 이들 회사의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 한 번 참석하는데 1인당 1000만원을 받은 셈이다.
이와 관련, 보험사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은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이사회 안건에 의견을 개진한다"며 "기업 경영진이 이에 관여한다는 건 오해"라고 해명했다. 이어 "요즘은 사외이사들도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인 만큼 함부로 거수기 역할을 한다고 말해선 곤란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