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의 습격

2016-09-06 00:01

[사진=브루클린 브루어리 제공]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 지난 1일 오후 7시 서울 삼청동 골목길 어귀에 위치한 수제맥주펍 '기와탭룸'. 기와집을 현대적으로 개조한 이곳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빈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한옥 마루에 앉아 처마 너머로 하늘을 바라보며 부쿠 IPA, 파운더스 포터, 올드 라스푸틴 질소 서빙 등 질 좋은 수제맥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달리다 보면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수제맥주 양조장이 나타난다. 미국 뉴욕에 본거지를 둔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양조장을 설립했다. 지금은 뉴욕에서 생산하는 맥주를 수입, 판매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 양조장이 완공되면 연간 최대 2000만ℓ의 맥주를 생산하게 된다. 회사 측은 국내 판매·유통을 확대하고 한국을 아시아 수출 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바야흐로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 수제맥주) 전성시대다.

흔한 국내 맥주캔에 길들여져 있던 소비자들은 몇 해 전부터 세계맥주에 빠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아예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특색있는 수제맥주를 찾고 있다. 대중적이고 가벼운 목넘김보다는 양조장의 색과 스타일이 도드라지는 개성 강한 맛이 특징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맥주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2007년 97.6%에서 지난해 91.5%로 하락했다. 반면,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은 2010년 2.8%에서 5년 만에 3배 수준으로 성장해 올해는 10%를 넘길 것으로 본다. 

다양한 맥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국내 소규모 양조장들은 수제맥주를 직접 생산하며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제 떠오르기 시작한 새로운 장르의 맥주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전체 맥주 시장의 12% 이상을 차지한다. 

대기업들의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신세계(데블스도어), SPC그룹(그릭슈바인), 진주햄(공방) 등이 수제맥주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데블스도어는 오픈 후 1년 2개월여간 30만명이 다녀갔으며, 일 평균 800명의 사람들이 매장을 찾는다. 그릭슈바인은 최근 6호점을 열며 사업 확장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수제맥주 시장은 2014년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확대되기 시작했다. △외부 유통 허용 △중소 브루어리 설립 기준 완화 △세율 인하 등 관련 규제가 크게 풀리면서 소규모 맥주 사업자도 자신의 음식점이 아닌 다른 음식점에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수제맥주 시장 규모(200억원)는 일반 맥주(4조원), 소주(2조원), 와인(4500억원)보다 훨씬 작지만 20~30대를 중심으로 반응이 뜨거운 만큼 시장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라며 "대기업들까지 팔을 걷어붙이며 국내 펍 문화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