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가계소비 늘려 새로운 경제 성장 엔진으로 활용해야"
2016-09-02 12:00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한국 경제는 (성장)엔진이 바뀌었는데 낡은 엔진 그대로 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2일 가계 소비를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과 같은 (저성장) 상황에서 경제를 끌고 갈 수 있는 것은 소비밖에 없다"며 "성장(정책)과 복지(정책)를 병행해 소비를 늘려 경제 성장을 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는 그동안 수요를 걱정할 필요 없이 생산만 하면 됐다"며 "그래서 외국에서 외채까지 얻어 대기업이 투자를 하도록 해 생산을 늘리게 하고, 가계는 소비를 줄여 대기업에 투자하게끔 했다. 대기업을 성장 견인 기반, 가계를 성장 누출(요인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가계를 성장 저해 요인으로 보는 대표 사례로 전기요금을 꼽았다.
이에 박 전 총재는 "지금은 투자와 수출에 맡겨서는 2%대 이상의 성장도 불가능해졌다"며 3%대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소비가 새로운 성장 엔진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소비 증가 방안으로는 복지를 통한 가계소득 증대를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대기업 위주의 정책이었으나 이제는 가계와 함께 쌍끌이해야 한다"며 "가계가 소비를 늘려 경제성장을 이끌게 하려면 가계소득을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소득 수준에 비해 국민의 복지 수준이 너무 떨어져 있다"며 "성장과 복지를 병행해 소비를 늘려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박 전 총재는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우라나라 경제 성장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30일 개최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인구고령화 문제는 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보다 훨씬 대처하기 어려운 과제"라며 "내년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 전망이고 최근 고령화 속도가 대단히 빠른 점을 감안하면 여러 가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전 총재는 "저출산·고령화는 시급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쉽고 실제로 여기에 기울여야 할 만큼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경제 장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라며 "결혼하는 것이 유리하고, 아이를 가지는 게 더 이익이 되도록 정부가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