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향식품, LG家 의존에도 '비실비실'
2016-09-02 00:01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범LG가 희성그룹이 운영하는 수향식품이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데 이어 지난해는 적자전환했다. 그동안 범LG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장해왔지만, 특별한 성장동력 없이 LG계열사에만 의존해온 것이 독이 됐다는 반응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수향식품의 매출은 2013년 125억원에서 2014년 110억원, 지난해에는 99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실적은 더욱 악화돼 2013년 17억원에서 지난해 영업손실 4억7000만원을 보였다.
현재 수향식품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4남인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이 지분을 50%씩 보유했다. 하지만 사실상 기업 경영과 제품 개발은 구 명예회장이 주도하고 있으며, LG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게다가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LG그룹 계열사들의 설·추석 명절 선물로 수향식품의 제품을 선택목록에 넣어 매출을 이끌고 있다. 강제 선택 조항은 아니지만, LG계열사 임직원수가 12만여명에 달하는 만큼 적지 않은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수향식품과 특수관계회사로 얽혀있는 희성금속 역시 최근까지 수향식품 제품을 명절 선물로 받아왔다.
또한 수향식품은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 장류 등을 판매하는 매장을, LG 광화문 사옥에는 비빔밥 전문점인 '제조상궁'을 운영 중이다. 지점이 2개에 불과하고 공식 홈페이지를 제외하고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부 제품만 구입할 수 있어 매출의 상당 부분을 범LG가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구 명예회장은 은퇴 후 충남 천안에 있는 연암대학 인근 약 2000평 규모의 농장에서 된장과 청국장 등 전통음식의 맛을 재현하는 데 관심을 가지며 2002년 희성식품을 세웠다. 2004년 수향식품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의 장류와 만두 등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수향이라는 이름은 구 명예회장의 사택이 있는 충북 천안시 성환읍 수향리에서 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