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의 정치학] 이정현號 vs 추미애號, 사드 놓고 1차 전쟁…대치정국 화약고
2016-08-29 15:41
새누리 사드 찬성 당론 vs 더민주 반대 당론 추진…사드 논란, 내치 넘어 외치와 직결한 사안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밀리면 끝이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여야 간 기 싸움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호(號)가 전임인 ‘김종인 체제’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탈피, 사드 반대 당론 추진에 나서자 새누리당이 사드 찬성 당론 추진으로 맞불을 놨다. 제20대 국회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즉각 추미애호의 사드 반대 당론 추진을 추켜세웠다. 당론(黨論)이란 정당의 집단적 의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사실상 각 당의 명운을 걸었다는 얘기다.
이로써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국은 ‘당·정·청 대 야 3당’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정부여당과 범야권이 운명을 건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의 1차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29일 여야와 정치전문가에 따르면 사드 찬반 당론 추진은 ‘내치 전쟁’에 국한하지 않는다. 내달 1일 막 오르는 정기국회와 차기 대선 정국의 ‘기선 제압’ 등의 내치 전쟁을 넘어 ‘한·중·일 대 북·중·러’의 신(新) 냉전 구도 부활에 따른 동북아질서 패권 다툼과도 직결한 사안이다.
단순히 ‘선(先) 노동개혁 법안이냐, 선(先) 경제민주화 제정안이냐’가 아닌 동북아 지형의 거대한 ‘불확실성 게임’과 맞물렸다는 의미다. 사드 찬반을 앞세운 여야의 ‘강(强) 대 강(强)’ 구도가 외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사드 문제만큼은 당리당략을 떠나 국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사드 놓고 국론이 분열한다면, 여야 모두 상처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찬반 당론의 대결에서 승기를 잡는 쪽이 내치 주도권을 잡는 데 유리하겠지만, 자칫 내치에서 승리하고 외치를 잃는 우를 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 與, 秋風에 초긴장 “30∼31일 당론 결정”
거대 양당은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날 사드 찬반 당론 추진을 놓고 정면충돌 양상을 빚었다. 추미애 더민주 신임 당 대표의 사드 반대 당론 움직임에 새누리당은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깝다”며 날선 비난을 가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수권을 지향하는 정당이라면 국가안보 문제는 국익을 기반으로 하는 합리적인 판단이 절실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새누리당은 30∼31일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리는 연찬회에서 사드 찬성 당론을 채택키로 했다.
이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추미애호의 사드 반대 당론 추진과 관련해 “외롭게 싸워온 우리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며 야권 공조의 뜻을 나타냈다.
관전 포인트는 ‘당론’ 추진에 따른 실익이다. 당·정·청이 박근혜 대통령 중심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고리로 혼연일체가 된 만큼, 이정현호의 사드 찬성 당론 채택에는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사드 후보지 선정 갈등으로 여권 텃밭인 대구·경북(TK)의 지지율 하락은 고민거리다.
반면 추미애호는 앞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사드 반대 당론을 채택한다면, 당장 우상호 원내대표와의 마찰은 물론 당내 비주류계의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당내 매파(강경파)와 비둘기파(온건파)의 극한 갈등으로 당내 분열은 물론, 차기 대선 정국에서 여권의 프레임에 걸려들 가능성도 크다.
또한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잡더라도 ‘영원한 우방인 한·미 공조냐, 대중국과의 전면적 협력자 관계냐’의 갈림길에서 진퇴양난을 겪을 수도 있다. 국익과 직결한 문제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양심이 아닌 후진적 정치형태인 당론 추진으로 충성파 골라내기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찬종 변호사는 “국회의원은 정당대표자회의가 아닌 국민대표자회의가 돼야 한다”며 당론 중심의 의사결정 추진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