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으로 세계 골프사에 신기원[종합]
2016-08-21 14:41
116년만에 열린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 따…남녀 골퍼 통틀어 최초 ‘위업’…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銀, 중국 펑샨샨 銅…양희영 공동 4위, 전인지 13위, 김세영 25위
‘골프 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세계 골프사에서 또하나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그는 116년만에 열린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박인비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골프코스(파71·길이6245야드)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최종일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타를 줄였다.
박인비는 4라운드합계 16언더파 268타(66·66·70·66)를 기록, 1900년 파리 대회 이후 116년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인비는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골프 ‘커리어 그랜드 슬램’(4개 메이저대회 석권)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남녀를 통틀어 세계 골프사상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과 올림픽 금메달을 따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이룩했다.
세계랭킹 1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은메달, 펑샨샨(중국)은 10언더파 274타로 동메달을 각각 땄다.
한국 선수들은 양희영(PNS창호)이 합계 9언더파 275타로 공동 4위, 전인지(하이트진로)는 5언더파 279타로 공동 13위, 김세영(미래에셋)이 1언더파 283타로 공동 25위를 기록했다. 양희영은 동메달리스트 펑샨샨에게 1타 뒤졌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선수단의 마지막 금메달리스트로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위세를 다시한번 떨친 것은 물론이다.
박인비,리디아 고, 제리나 필러(미국)가 챔피언조로 짜인 이날 경기는 과거와 현재의 세계랭킹 1위인 박인비-리디아 고의 ‘빅 매치’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3라운드까지 2타차 선두였던 박인비는 초반부터 타수를 줄여나가며 승기를 잡았다. 전날 홀인원으로 한껏 상승세를 타던 리디아 고는 2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모래밭에 멈추면서 1타를 잃었다. 박인비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듯 3∼5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6타차로 달아났다. 리디아 고는 그 이후에도 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우승경쟁에서 멀어졌다. 그는 막바지에 버디를 몰아잡으며 2위에 올랐다.
한때 박인비를 위협한 것은 펑샨샨이었다. 그는 9∼11번홀에서 버디 행진을 벌이며 박인비를 3타차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펑샨샨이 13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하고 박인비는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5타차가 되면서 박인비의 우승이 사실상 확정됐다.
“리우올림픽이 내 골프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던 박인비는 자신의 말을 입증했다. 박인비는 “사실 이번 대회 성적을 장담할 수 없었다”며 “한계에 도전한다는 올림픽 정신에 걸맞게 겸허한 자세로 경기에 나선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올해 잦은 부상으로 미국LPGA투어에서 1승도 못올렸으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면서 명예 못지않게 실속도 차렸다.
그는 금메달 포상금으로 대한골프협회에서 3억원, 정부에서 6000만원을 받는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는 연금이 매월 100만원 지급된다. 일시불로 받을 경우 6720만원이다. 박인비가 연금을 일시불로 받게 되면 이번 금메달 획득으로 총 4억2720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이는 박인비가 우승한 메이저 대회인 2015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상금 45만달러(약 5억2000만원)에 약 1억원 모자라는 액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