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원샷법] 한국號는 공급과잉…줄여야 살아 남는다

2016-08-21 16:00
조선·철강 등 조직 슬림화로 제조업 재도약 발판
대기업 악용 우려…정부, 안전장치 마련 서둘러야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한국경제가 제조업 부진에 성장세가 멈췄다. 제조업이 휘청거리자 한국경제는 정부가 손 쓸틈 없이 무너졌다. 수출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고, 업계는 구조조정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제조업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만든 것이다. 이른바 ‘원샷법’으로 불리는 제도를 통해 제조업의 슬림화를 유도하는 등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대책을 세웠다.

◆ 바닥난 기초체력…미래를 대비한 원샷법

원샷법 도입은 제조업 부진에서 비롯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경제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만큼 한국경제는 더 이상 덩치가 큰 제조업으로 생존하기 힘든 ‘선진국형 경제국가’로 진입하게 됐다.

글로벌 과잉공급으로 수출이 둔화되는 부분도 제조업 위주의 한국경제 입지가 좁아지는데 한 몫하고 있다. 수출이 삐걱거리니 내수경기도 동반 부진하는 도미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에는 수출이 둔화되면 내수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경제전망이 불투명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등 내수경기도 살아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수출둔화와 내수위축으로 원자재, 자본재, 소비재 수입 동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었기 때문에 얻는 ‘불황형 무역흑자’가 수년째 지속되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주력산업인 조선, 철강, 해운, 석유화학, 건설, 전자 등에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세계적인 과잉공급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제조업의 경쟁력 순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혁신이 미흡해 제조업 혁신도는 일본의 76%, 독일의 46%에 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제적인 사업재편이 필요한데, 기존 사업재편 제도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염유경 경기원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현행 사업재편지원 제도는 대상과 절차가 현재 경제상황과는 다소 맞지 않다”며 “주로 부실기업, 일부 산업(금융), 벤처 또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과잉공급에 처한 정상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법안 신설이 요구된다”고 원샷법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염 연구위원은 이어 “기존 법에 의해서는 사업재편절차가 이사회결의에서 합병등기까지 82일이 걸려 절차를 완료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단축시킬 필요가 있다”며 “원샷법은 기업 경영정상화, 세제 및 자금지원, 기술M&A 확대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 강화 기대

원샷법 도입으로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는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며 선순환 체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삼정KPMG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현재 한국 주력산업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인식이 높다. 이에 동의하는 정도는 82.7% 수준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원샷법은 이런 위기 산업의 기대치를 높여주고 있다. 해운과 전자, 금융은 원샷법 도입 후 경쟁력이 5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조선, 철강, 해운, 석유화학, 건설, 전자, 물류, 금융, 엔지니어링 등 9개 분야 평균경쟁력 점수도 원샷법 도입 전 77.2에서 도입 후 79.7로 2.5포인트 상승을 점쳤다.

기업이 산업 공급과잉으로 한계상황에 처하게 된 경우 소요기간 감소로 시장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원샷법에 의한 사업재편 시 비용절감 효과발생도 고무적이다. 상장회사협의회가 분석한 시뮬레이션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케이피케미칼을 흡수 합병한 호남석유화학의 경우 시뮬레이션 결과 29억1000만원 절감 효과를 보였다.

호남석유화학 합병에 따른 증가자본 7312억원에 대한 등록면허세로 29억2000만원을 냈지만, 원샷법을 적용하면 50% 감면 받는 부분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을 적용해 양도차익을 500억원으로 가정하면, 기존에는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등 121억원을 일시 납부했지만, 양도차익 3년 과세이연과 3년 분할 익금산입이 가능해져 3년간 투자수익이나 이자를 얻을 수 있다.

◆ 대기업 악용 가능성 등 부정행위 사전 차단 필요

원샷법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샷법 도입 당시에도 대기업을 지원대상에 포함할 것인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이어진 부분을 보면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는 셈이다.

아직도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원샷법 대상에 포함 시킬 것인가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공방이 한창이다.

특히 조선, 철강, 화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의 어려움을 겪는 업종은 대기업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제때에 사업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부실이 심화 돼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부분 공급과잉 업종에 대기업 비중이 높은 만큼 이를 제외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원샷법 악용을 막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정부 관계자는 “과잉공급 분야에 한정, 민관합동 심의위원회 운영, 경영권 승계 목적 승인 거부, 사후승인 취소 및 과태료 부과 등 4중 잠금장치를 마련했다”며 “대기업이 사업재편 승인신청을 하는 경우 과잉공급분야에만 승인해 줄 것이며 심의위원회에서 경영권승계목적으로 판단되면 승인을 거부하고 승인이후에 과잉공급해소 외 목적이 드러나면 언제든지 취소하는 조항을 마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