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리더 초짜? 사장 행세 말고 '진짜 사장'이 돼라
2016-08-19 00:01
난생처음 사장 |다른 색들 |나는 괜찮지 않다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 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난생처음 사장' 린지 폴락 지음 | 한유선 옮김 | 부키 펴냄
'잘 나가는' 사람일수록 성공에 대한 오판을 하기 쉽다. '내가 그동안 이렇게 해서 커왔는데, 앞으로도 별일 있겠어?'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중간은 갈 텐데 왜들 말이 많은지 몰라' 등등의 생각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직장생활을 주제로 강연과 컨설팅을 해온 저자 린지 폴락은 "많은 신임 리더들이 아직도 개인전에 출전한 선수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은 단체전 경기에 출전한 팀과 같은데 리더가 본인의 실무 능력을 직원들 앞에서 맘껏 뽐내거나 일을 혼자 끌어안고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긴 '영업의 신'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훌륭한 사장이 된다는 보장이 없고, 솜씨좋은 요리사가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리더는 욕심나는 실무를 과감히 직원들에게 위임하고 리더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난생처음 사장'은 'YOLO'(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뿐)와 'FOMO'(fear of missing out,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로 대변되는 젊은 리더들이 회사를 이끌며 필연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들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가이드를 제시한다.
304쪽 | 1만4800원
◆ '다른 색들' 오르한 파묵 지음 | 이난아 옮김 | 민음사 펴냄
복잡하고도 명료하고, 순수하면서도 매혹적인 글쓰기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작가 오르한 파묵(64)을 오로지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로만 접근한다면 그를, 그리고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잘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속한 시공간의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 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파묵의 삶이 이스탄불 거리의 신비로운 향기처럼 스며든 에세이 '다른 색들'은 무척 반갑다. 이 책에는 딸과 가족이 함께한 소소한 일상, 어린 시절의 낡고 소중한 추억, 작가의 삶을 지배하는 문학과 집필 이야기 등 개인적 소회를 비롯해 터키 인권의 현실, 정부 비판 때문에 겪은 소송, 대지진을 통해 깨달은 사회 문제, 유럽 내 터키의 현주소 등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도 담겨 있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눈' '내 이름은 빨강' '검은 책' '순수 박물관' 등 파묵이 자신의 대표작들을 매우 객관적인 시각에서 분석함과 동시에 '롤리타' '트리스트럼 섄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악마의 시' 등 시대를 초월한 명작들을 지극히 개인적인 독서 체험의 관점에서 돌아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자신의 글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타인의 글을 바라보고, 타인의 글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자신의 글을 바라보는 셈이다.
파묵 작품의 밀도와 깊이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성적이고 철저한 집필자의 모습, 그리고 문학 그 자체에 경도된 감성적이고 열렬한 독서가의 모습이 공존하는 것을 슬쩍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집어들 이유가 되지 않을까.
660쪽 | 2만3000원
◆ '나는 괜찮지 않다'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강희진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
"나르시시즘에 빠진 여성들은 자기 몸에 대해 무지하거나 부정적 시각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자기 몸을 오로지 '거짓' 자아의 실현을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이들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라면 과다한 운동과 트레이닝, 다이어트, 무조건 굶기, 구토 등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본문 108쪽)
세계적 베스트셀러 '따귀 맞은 영혼'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의 작가이자 독일의 심리상담가인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심리장애에 시달리는 여성 환자들의 임상사례 수천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폭식증, 거식증 등 각종 섭식장애를 비롯해 알코올, 약물 등 다양한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는 여성 환자들에게는 두 가지 근본적 문제, 즉 자존감 부족과 대인관계 장애가 있음을 밝혀냈다. '나는 괜찮지 않다'는 이런 문제가 어떤 인생 경험과 상처에서 비롯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치유·극복할 수 있는지 등을 다룬다.
바르데츠키는 "'나르시시즘'과 '거짓 자아'가 성과중심, 외모지상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여성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심리 문제"라고 강조한다. 진정한 자아를 찾는 대신 사회에서 요구하는 이상적인 모습에 자신을 맞추고, 그 조건에 부합하는 자신의 모습에 도취된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 주변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에 하나라도 못 미친다고 느끼면, 자신의 부족함을 심하게 다그치고 비하하며 극도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혼자일 때는 독립적인 존재인 척하다가도 누군가와 관계가 깊어지면 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집착하며 상대방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자존감을 채우려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증상에 대해 "어린 시절 경험한 결핍과 방임에 근거를 둔 경우가 많다"며 "과거의 경험을 되짚어보고 소화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린다. 그는 특히 "자신을 '특별한 존재'가 아닌 '평범한 존재'로 인정하고, 자신의 진정한 욕구나 감정에 솔직해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완벽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이 왜곡된 자존감을 갖지 않도록 해줄 '반듯한 거울'같은 책이다.
372쪽 |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