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기술추격에 샌드위치 신세 전락한 산업계

2016-08-10 18:00

[사진제공=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양성모·김봉철·이소현 기자 =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 부가에 나서는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거기에 세계의 공장이라 일컬어지는 중국의 기술추격까지 더해지면서 이중고에 신음중이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업종 15개 중 10군데가 보호주의로 경영이 크게 위협받고 있을 정도.

10일 전경련이 발간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업종별 협회 15곳에 문의한 결과 △철강 △자동차 △전자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정밀화학 △화학섬유 △화장품 △타이어 △식품 등 10개의 업종이 직·간접적으로 보호주의를 체감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에 나선 국가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이외에도 인도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 신흥국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이는 철강을 중심으로 중국산 저가제품이 시장을 교란하자 각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반덤핑 판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끼워넣기로 반덤핑 판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받고 있는 수출규제 184건 중 철강금속이 90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중에 있다. 즉 중국산 철강제품을 막기위한 조치가 우리나라 기업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반덤핑 판결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생산한 열연강판에 각각 60.94%, 13.38%의 반덤핑 관세율을 내린 바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중국을 타깃으로 한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조치에 유탄을 맞았다는 설명이다.

더욱 큰 문제는 반덤핑 품목이 세탁기 등 가전제품으로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한 가정용 세탁기에 각각 111.09%와 49.88%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산업 보호주의가 더욱 노골화·글로벌화 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내수가 주춤한데다 수출이 주력인 자동차업계는 보호무역주의가 또 하나의 부담"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중국 전역에서 한국 브랜드 관련해서 판매제재가 이뤄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역시 "중국의 보호무역주의로 관광객은 물론 비즈니스 이용객 감소를 비롯해 타 산업까지 위축된다면 화물수요도 줄게될까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내수 시장이 크지 않아 제조업 대부분이 수출 의존도가 높아 직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해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기술력 향상도 국내 산업을 옥죄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신화통신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보도를 인용 “중국의 자주브랜드 자동차와 해외 유명브랜드 자동차 사이의 품질 격차가 점차 좁혀지면서 해외 자동차 기업들이 압력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품질이 향상된 중국산 자동차가 중국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중국내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국내 제조업의 기술 수준 및 개발 실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평균 3.3년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조사(평균 3.7년)보다 0.4년 줄어든 수치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수출처인 중국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외에도 사드 배치 이후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향후 표적조사와 법적규제 강화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와 기업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수출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연구개발(R&D)에 많은 적극적인 투자로 다른 나라에서 만들지 못하는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내야지만 글로벌 리스크로부터 대한민국 경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우리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점에서 주요국의 보호주의 심화는 심각한 위협이다. 과거 보호주의적 조치가 있었을 때 세계 경제는 침체했고 결국은 자유무역으로 극복했다”면서 “통상마찰은 발생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전 방지가 중요한 만큼 TPP 등 무역자유화 조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