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부실외감 징계보다 지정감사로 막아야

2016-08-03 00:06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회계법인이 부실감사로 벌을 받으면 회계사나 회계법인만 비난을 받는다. 그런데 정작 회계사나 회계법인은 힘이 없다. 징계를 강화해도 자율수임제가 지속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한 대형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회계사는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로 도마에 오른 안진회계법인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징계만 강화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뒤늦게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에 나섰다.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를 막기 위해 회계법인 대표이사 제재 도입, 감사품질 관리강화를 골자로 하는 외부감사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해 이르면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율수임제에 있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우리나라는 기업이 외감인(회계법인)을 선택하는 자율수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을(乙)인 회계법인은 기업으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되레 피감사인 눈치를 봐야 한다. 회계사 출신인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회계법인 입장에서 3년마다 돌아오는 재계약을 고려해야 하고, 클라이언트가 내놓는 여러 요구를 받아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자율수임제 대안으로는 국가가 나서 외감인을 지정하는 지정감사제가 꼽힌다. 현재 지정감사제는 상장을 앞뒀거나, 부채비율이 높은 회사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채이배 의원은 지정감사제 대상을 늘리는 외감법 개정안 발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회계사로 구성된 청년공인회계사회도 지정감사제 입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일각에서는 지정감사제가 고액보수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수임가가 비시장적인 논리로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보완할 수 있는 문제다. 투명한 회계감사를 위해서는 회계법인과 피감기업 간 갑을(甲乙)관계부터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