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본관 점거 학생들 “미래라이프대학 전면 폐지 약속해야 시위 중단”

2016-08-02 09:36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잠정 중단 학교측 방침에 불통 입장 고수로 판단

30일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재학생들이 경찰력의 교내 진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에 반대해 이화여대 본관 점거에 나선 학생들이 학교측이 사업을 전면 폐지해야 본관에서 나올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대 본관 점거 학생들은 2일 “저희와 소통 없이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에 대한 잠정 중단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학교측의 불통 입장 고수로 보고 있다”며 “학교측의 사업 전면 폐지를 약속하기 전까지는 본관 평화시위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희 이대 총장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본관 점거 사태에 따라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고 밝혔었다.

학생들은 학교측이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절차 중단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대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본관 점거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학교측의 진전된 대화 제안이 없는 경우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 총장은 회견에서 이미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에 대해 이사회 승인까지 나 되돌리기 불가능하다”며 “철회하게 되면 합법 절차를 부정하게 되는 것으로 최대한 의견을 들어보고 구성원들과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싶다”고 했었다.

사업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으로 의견 수렴을 통해 개선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 총장은 회견에서 “한정된 시간으로 인해 학내 구성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이 부족했다”고 인정하고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면서 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 관련 평의원회 등 앞으로의 일정을 중단시키고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 총장이 일정 잠정 중단 방침을 밝히면서 학생들에게 본관 점거 농성을 중단하고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했으나 학생들이 거절에 나선 것이다.

학교측은 단과대 설립 과정에서 대학평의회, 법인이사회 등 절차를 따랐으며 총학생회장이 대학평의원회 위원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지만 다수결에 따라 통과가 된 가운데 제한된 시간으로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할 여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학교와 점거 학생의 주장은 감금 여부에서부터 갈리고 있다.

학교는 감금된 평의회 구성원이 본관 밖으로 나오려 할 때마다 스크럼을 짠 학생들에게 제지를 받는 등 신체적 활동의 자유를 제한받았으며 화장실과 식사만 제공된 가운데 인격 모욕적인 언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혁 이대 교무처장은 회견에서 "감금 당시 화장실에 간다고 하면 풍물로 연주를 하는 등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며 "112와 119에 연락해도 학생들이 스크럼을 짜고 막아 못 들어와 경찰 구조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점거 농성 학생들은 의견을 묵살하는 학교에 촉구하기 위해 평의원회의를 막았으며 대화를 요구했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래라이프대학의 운영에 대해서도 학교측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생활기록부 등 서류 70%, 면접 30%로 선발하며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졸업생으로 3년 이상 산업체에서 근무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가운데 8학기 이상을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존의 평생대학원이 미래라이프사업과 그 취지가 다르지 않아 충돌이 일어나 미래라이프 대학이 학교 본부의 학위 장사하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점거 학생들의 이같은 주장이 ‘이대 순혈주의’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학교측은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하는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이 취업해 후진학을 할 수 있는 요건인 3년 재직 기간을 채우고 2017학년도부터 대학에 입학하는 첫 사례가 나온다며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도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찰이 동원된 과정에 대해서도 학교측은 감금된 평의회 위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하고 있는 반면 학생들은 총장이 직접 통화해 폭력 진압을 요구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 총장은 “경찰을 본관에 투입하려면 총장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전화가 와 위급한지 판단하셔서 위급 상황에서는 구출해달라고 한 게 다다”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이날 점거 농성 해제를 거부한 것은 최 총장이 회견에서 대화 용의를 밝히면서도 강경대응 방침을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최 총장은 회견에서 “시위 때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검은 썬그라스를 끼고 이런 것은 처음으로 당당한데 왜 얼굴 찍히는 게 두렵나”라며 “감금된 남자 선생이 화장실 가고 싶다 하니 기저귀를 던져 줬다고 하던데 참는다고 하는 것이 교육과 관용이 아니어서 낱낱이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