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집 '청구영언' 원본 발견…국립한글박물관 전시 확인

2016-07-25 13:57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시조집…유물·자료 공개 구매하는 과정에서 입수

김천택의 '청구영언' 원본[사진=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조선 후기의 시조작가 김천택이 1728년 편찬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시조집 '청구영언'(靑丘永言) 원본이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에서 발견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해부터 상설 전시 중인 청구영언이 그 동안 학계에도 공개되지 않았던 김천택의 원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박물관 측은 "지난 2013년 유물, 자료 등을 공개 구매하는 과정에서 이를 입수했다"며 "구매 당시부터 외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원본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천택의 청구영언과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같은 제목을 단 책도 존재하는 등 19세기 말까지 조선에서는 170여 종의 시조집이 제작됐지만, 원본의 존재가 확인돼 일반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동가요' '가곡원류'와 함께 3대 시조집의 하나로 꼽히는 청구영언은 개인 문집에만 수록돼 있거나 구비 전승되다 사라지는 시조를 안타까워 한 김천택이 580수의 시조를 모은 책이다. 정몽주와 이방원이 주고받았다고 전해지는 '하여가'와 '단심가'를 한글로 처음 기록한 서적이기도 하다. 
 

청구영언 원본 서문[사진=국립한글박물관 제공]


그 동안 청구영언 원본은 '서울 인사동의 고서점이 소장하고 있다'거나 '도난됐다' 등의 소문만 나돌았고, 2차 자료 격인 1948년 조선진서간행회(朝鮮珍書刊行會)가 발행한 활자본만 알려져 왔다. 학계에서는 같은 제목을 단 다른 책과 구분하기 위해 조선진서간행회의 '진'(珍) 자를 따 '청구영언 진본(珍本)'이라고 불렀다.

박준호 학예사는 "청구영언은 시조들을 단순히 기록·나열한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잘 정리해놓은 책"이라며 "이후 나오는 수많은 시조집들이 이를 모범으로 만들어질 만큼 '시조집의 효시' 같은 역할을 해 왔다"고 말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올해 안으로 청구영언 영인본을 제작하고 관련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연구성과를 축적해 향후 시조 특별전까지 기획하겠다는 계획이다. 

청구영언 원본은 박물관 2층 상설전시실에 전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