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의 남자...라인 성장 이끈 신중호 CGO는 누구?

2016-07-13 14:06
신중호 CGO가 세운 '공용어는 일본어' 원칙... 라인 韓日 합작부대 만든 밑거름
네이버 라인 美日 동시상장 '초읽기'

지난 5월 일본 도쿄 시내에서 기념촬영. 왼쪽부터 마스다 준 라인 CSMO,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CEO, 모리카와 아키라 라인 전 CEO, 신중호 라인 CGO. (사진=마스다 준 라인 CSMO 페이스북)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2000년대 초 일본시장 진출 실패라는 아픔을 딛고, 오는 15일 도쿄와 뉴욕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네이버 라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모바일 메신저 업체 라인의 미국, 일본 동시 상장을 앞둔 13일 3890억원의 ‘스톡옵션 대박’을 터뜨린 주인공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마스다 준 최고전략마케팅경영자(CSMO)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중호 없이 라인을 이야기할 수도 없고, 라인이 탄생할 수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 처럼 네이버 라인의 성공은 신중호 CGO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 CGO는 지난 5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라인의 해외시장 성공 비결이 '문화화(culturalization)'에 있다고 강조했다. 성공 비결로 제시한 '문화화'는 실제 자신이 일본에서 겪은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살아있는 비결'이다.

신 CGO의 네이버 입성은 2006년에 그가 창업한 검색 사이트 '첫눈(1NooN)'이 네이버에 인수되면서 성사, 네이버 합류 후 2년 동안 검색 서비스 업무를 맡았다. 이제 자리 잡기 시작한 신 CGO를 찾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네이버 재팬의 검색사업을 위해 일본사업을 맡아 달라"고 말을 꺼냈다.

당시 일본시장 진출은 어려운 임무 중 하나로 여겨졌다. 네이버가 지난 2000년 일본에 진출하면서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야후와 구글이라는 강적 앞에서 어려움을 겪다 2005년에 철수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그에게 두 번째 일본 도전을 부탁했다.         

이 의장은 "일본에 가면, 한국에서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 상식으로 받아들였던 것, 성공체험을 모두 머리 속에서 지우고, 해외로 나가면 그 나라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 나라 이용자들을 가장 잘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신 CGO는 일본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으나, 제2차 네이버 검색 사업의 수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아 2008년 6월 일본으로 향했다.   

신 CGO가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일본어였다. 처음에는 통역을 옆에 두고 회의에 참가했지만, 자신의 말로 직원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돼, 독하게 마음 먹고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일본어를 익히기 위해 그가 끼고 다닌 것은 다름 아닌 일본 드라마 DVD였다. 당시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던 '파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일본어 공부에 매진했다. 그 드라마의 배경이 회사 사무실이라는 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신 CGO는 "네이버 재팬의 공용어는 일본어"라는 원칙을 세우고 조직의 기초를 다져갔다. 한국인 직원에게도 "앞으로는 일본어를 배우고 가능하면 일본어만 사용하도록" 지시하고, "이메일을 보낼 때도 먼저 일본어로 작성한 후 보충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영어와 한국어를 사용하라"는 규칙이 만들어졌다.  

신 CGO가 이렇게 까지 철저한 일본어를 고집한 이유는 '문화화'에 있다. 일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문화의 기초가 될 일본어를 습득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 CGO를 포함한 네이버 재팬의 모든 한국인 직원들이 일본어를 열심히 배우는 모습에 일본 현지 직원들은 감동했다. 그의 철저한 '공용어는 일본어' 원칙이 한국과 일본 직원들 간에 신뢰를 쌓아가는 밑거름이 됐으며, 라인 개발이라는 대박을 터뜨린 한일 합작부대를 만든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