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판소리 갈라 공연의 소회
2016-07-06 16:57
윤진철(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 이수자)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음악들 중 판소리는 그 시작이 민중음악이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적층음악으로 발전해 왔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런 판소리가 300여 년이 흐른 지금 전 세계인들이 관심을 갖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이를 어떻게 전승·발전시키며 세계화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숙제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몇 년 전부터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 잔잔한 변화가 일고 있음을 느낀다. 유러피언 판소리꾼들의 등장 덕분이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몇몇 유럽인들만 판소리에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유럽 여기저기에서 판소리를 직접 배우고 더 나아가 한국에 체류하며 판소리를 배우겠다는 열정을 몸소 경험했다.
지난달 2일(현지시간) 파리 부프 뒤 노르(Bouffes du nord) 극장에서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판소리 갈라 공연이 2시간 가량 펼쳐졌다. 한국문학번역원과 K-Vox 페스티벌이 공동주최한 이 공연은 △1부(판소리 전승):민혜성과 유러피언 소리꾼들 △2부(창작 판소리): 이자람 판소리 '사천가' △3부(전통 판소리): 윤진철 판소리 '심청가' 등으로 로 꾸며졌다. 특히 유러피언들에 의한 판소리 전승, 기존 판소리를 토대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창작 판소리, 전통을 지키며 보존해가는 원형의 판소리 등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런 공연은 한국에서도 기획된 적 없었고,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3분의2 이상이 현지인으로 채워졌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판소리 사설의 번역과 자막을 활용해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문화는 보이지 않는 고부가가치의 상품이다. 눈에 보이는 경제적 이익으로 척도를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이 오랜 역사를 가진, 다른 민족의 문화와 비교할 수 없는 한 민족의 고유한 문화라면 그 가치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우리는 이런 훌륭한 문화를 물려준 선조들에게 감사해야 하며, 이를 올바르게 계승·발전시켜 나갈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윤진철(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 이수자)
- 前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
- 前 전남대·한양대 겸임교수
- 수상경력: △서암전통문화대상 (2013) △KBS 국악대상 판소리상(2005)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 부문 대통령상(1998) △한국방송대상 국악인상(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