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궈 "미국 항공모함 몰려와도 두렵지 않다"

2016-07-06 10:52

다이빙궈 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사진=아주경제]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미국의 항공모함 전대 10개가 남중국해에 몰려온다해도 중국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전직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미국에서 남중국해와 관련한 중국의 입장을 강도높은 톤으로 쏟아냈다. 

다이빙궈(戴秉國·75) 전 국무위원은 5일(현지시간) 미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과 중국 인민대가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한 '남중국해 대화'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행했다고 환구시보가 6일 전했다. 대화는 중국 남중국해연구원과 미국 윌슨국제학자센터가 협찬으며, 20여명의 전문가들과 전직 관료들이 참석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재임 시절 5년간 중국의 외교정책을 지휘했으면서 한국에도 비교적 친숙한 인물인 다이빙궈는 현재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 명예원장이다.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중재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그는 "PCA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관할권이 없으며 유엔해양법협약을 위반한 중재결정은 무효"라면서 "중재결과는 한장의 휴짓종이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PCA는 오는 12일 오전 11시(현지시간)에 필리핀의 제소로 이뤄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관한 판결을 내릴 계획이다.

그는 또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습관적으로 서구의 이론과 역사경험을 이용해 중국을 해석하고 예측해서는 안되며 중국이 남중국해를 '아시아판 카리브해'로 여기고 미국을 아시아에서 밀어내려 한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에게 남중국해문제는 영토주권, 국가안전, 해양권익의 문제이며, 동시에 자국영토를 상실한 비극이 재연되는 것을 막느냐 못막느냐의 문제"라고 강변했다. 

다이 전 국무위원은 중국은 줄곧 패권주의와 강권정치의 피해자가 돼 왔었다고 역설한 뒤 "중국은 아시아를 지배하겠다는 야심이 없다. 중국에 야심이 있다면 중국 자기의 일이나 잘 하자는 것이고 14억 중국인의 체면을 세워주고 존중받는 날이 오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유엔해양법협약 미가입국인 점을 들어 "미국이 협약 밖에 서서 협약을 지키려는 중국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항공모함과 전투기들이 남중국해 밖에서 거들먹거리며 중국의 대문을 열라고 하고 있다는 소식을 중국인들이 접하고 있다"며 "미국이 10개 항모와 전투기를 모두 남중국해에 발진시켜도 중국인들은 겁내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