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세청, 체납자 재산 해외 반출 확인 소홀로 수백억 세액 징수 못해"

2016-06-21 15:08

한승희 국세청 조사국장이 15일 오전 세종시 국세청기자실에서 자진신고에 불응한 역외탈세 혐의자 36명에 대한 조사착수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세무당국이 국내 재산을 반출하려는 재외 동포나 해외이주자의 세금 체납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자금출처 확인서를 발급하는 바람에 체납자가 해외로 출국, 수백억원대의 체납세액 징수가 곤란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재산을 반출하려는 재외동포나 해외이주자 등은 세무서로부터 해외이주비나 국내 예금·부동산 매각자금 등에 대해 '자금출처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하며, 세무서는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등 국세 신고·체납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이 2011년부터 5년간 확인서를 발급받은 1만9831명의 국세 체납 여부를 확인한 결과 664명이 373억9,600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체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체납액 1000만원 이상인 경우 등 145명을 점검한 결과 41명은 자금출처 확인서 발급 당시에 이미 총 107억여원을 체납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21일 이같은 내용의 국세청 본청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천안세무서 등 6개 세무서는 이미 증여세 등 5600만원의 국세를 체납 중인 6명의 해외 이주자에게 별다른 확인 없이 확인서를 발급해줘 채권 확보가 어렵게 됐다. 시흥세무서 등 5개 세무서도 양도세를 납부하지 않은 7명에게 채권 확보 조치 없이 확인서를 발급해줬고 이들은 해외로 출국해 현재까지 5억9500만원이 체납 상태에 있다.

북전주세무서 등 15개 세무서는 부동산 매각에 따른 양도세의 해외송금을 신청한 17명에 대해 확인서를 발급해 줬지만 이후 이들의 신고내용에 세금 탈루나 오류가 발견돼 7억1200만원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영등포세무서 등 7개 세무서의 경우도 증여세 등의 탈루 및 납부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채 8명에게 확인서를 발급해줘 현재 92억8500만원이 체납 중이다.

이와 관련, 현실적으로 자금출처확인서 발급기한인 20일 내에 상속세에 대해 조사를 마치기 어려운 만큼 발급기한을 연장하는 등의 처리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세청은 또한 체납자가 성실하게 분납 의사를 밝힌 경우 등에 대해 압류재산 공매 처분을 일시적으로 유보하는 '공매처분 유보제도'를 운영하면서 분납 기한이나 금액, 분납 불이행시 조치 등 세부적인 운용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 바람에 일선 세무서별로 일관성 없이 공매 처분 유보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 처분을 유보한 이후에 분납금액이 전혀 없는 체납자가 20명에 이르고, 분납대상금액의 5% 미만을 납부한 체납자는 30명, 50% 미만은 94명에 달했는데도 공매를 다시 추진하는 등의 조치를 대부분 취하지 않고 있었다.

한편 감사원은 이날 중부지방국세청 기관운영감사 결과도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중부국세청은 모 법인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초과 지분을 행사하거나 양도해 35억여원의 이익을 얻은 후 증여세가 아닌 양도세로 신고했는데도 이를 그대로 인정해 증여세 14억7,000만원을 부족하게 징수했다.

또 중부국세청 산하 남인천세무서는 체납자가 다른 사람의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실익이 없는 채권'이라는 체납자의 말만 믿고 압류조치를 취하지 않아 체납세액 4억8000만원의 회수가 어렵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