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손실 시점서 지원 결의…도마에 오른 ‘서별관회의’

2016-06-16 17:53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정부의 강압적 지원이 사실이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우조선의 손실 시점과 국책은행의 자금 지원 시점이 완벽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청와대 서별관회의라고 불리는 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회에서 모든 걸 좌우했다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폭로에도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대우조선이 4조1217억원의 손실을 기록 후 불과 한달 후인 10월에 국책은행이 4조2000억원을 투입해 대우조선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양대 국책은행이 각각 2조6000억원, 1조6000억원씩 부담하면서 대우조선의 부실여신을 감춘 것이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말 당시 대우조선에 추가 부실이 발생해 관련 여신의 자산건전성이 '요주의' 이하로 분류되면 양 국책은행은 최소 5982억원에서 최대 8조5453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통상 은행이 대출액의 손실을 대비해 쌓아야 하는 충당금은 여신 등급에 따라 달라지는데 △정상(0.85%) △요주의(7~19%) △고정(20~49%) △회수의문(50~99%) △추정손실(100%) 등 5단계로 구성된다. 은행이 지니고 있는 채권 등급이 낮아지면 전체 여신액 대비 충당금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충당금 압박이 심해진다.

같은 시기에 산은은 3조353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대우조선은 4조12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대우조선 지분의 31.46%를 보유한 산은의 지분법상 인식액은 1조2950억원 손실이다. 즉 4조2000억원을 대우조선에 지원하지 않았다면 산은의 당기순이익은 3조3531억원에서 지분법상 손실액인 1조2950억원을 뺀 2조581억원에 불과하다. 만일 여신을 강등시켰다면 대손충당금은 별개로 쌓아야 했던 것이다.

감사원 지적대로 당시 대우조선은 유동성 문제가 발생해 여신의 자산건전성 분류가 악화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국책은행에서 4조2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해 '정상'으로 유지한 것이다. 부실 기업의 여신을 국책은행이 의도적으로 감춰준 셈이다.

홍기택 전 회장의 폭로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7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조정 의사결정은 서별관회의에서 강압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라고 밝혔다. 대우조선 지원 방안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열린 서별관회의에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산은 회장 등이 참석했다.

홍 전 회장은 "당시 정부 안에는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최대 주주 은행인 수은이 얼마씩 돈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다 정해져 있었다"며 "산은은 채권비율대로 지원하자고 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한 정부가 산은으로 하여금 더 많은 지원을 하도록 했다"고 폭로했다.

임 위원장은 홍 전 회장의 발언이 보도된 다음날 "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과 협의했고 의견을 충분히 존중했다"며 "아무런 협의 없이 진행한 것처럼 비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감사결과가 대우조선 사태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감사원은 대우조선의 부실책임을 국책은행들에게 떠넘겼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낙하산 임원과 청와대 서별관회의 등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홍 전 회장의 폭로로 모두가 의아해하는 부분에 대해 감사원은 애써 외면하는 결과를 내놨다"며 "관계장관회의 브리핑 때도 정부는 부실의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그저 한국은행을 이용해 자금마련책만 제시한 것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확한 의사결정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지금 국회를 우회하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며 "이달말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조목조목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