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윤리법 개정에도 ‘메피아’ 횡행…구멍 난 法 외면한 국회
2016-06-15 17:10
19대 국회 때 일명 ‘관피아방지법’ 통과…부서 아닌 소속기관 제한, 마피아 원천봉쇄 실패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2014년 4월16일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세월호 참사 계기로 촉발한 일명 ‘관피아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구의역(서울지하철 2호선)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의 진원지로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가 지목, 관피아방지법의 실질적 효력이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피아방지법 ‘유명무실’…문제는 ‘업무연관성’
15일 국회에 따르면 ‘관피아방지법’은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 기간 연장(2년→3년)과 취업심사 대상 규모 확대(3600개→1만5033개) 등을 핵심으로 한다.
문제는 ‘업무 연관성’의 범위다. 19대 국회가 처리한 관피아방지법의 업무 연관성은 ‘소속기관’이 아닌 ‘부서’에 한정돼 있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해운조합을 ‘공직유관단체’로 지정하면, 재취업 제한에서 배제된다. 퇴직 공무원들이 부서 이동을 통해 취업 제한을 피하는 이른바 ‘경력 세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5년 정부가 정한 취업제한 기관에 입사한 4급 이상 퇴직 공무원(감사·조세 등 일부 인허가 업무는 7급 이상)은 426명에 달한다. 이는 2013년 264명과 2014년 209명 대비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관피아방지법’이 되레 관피아 확산에 멍석을 깔아준 셈이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의 원인인 메피아는 사실상 ‘관피아방지법’ 위에 있다. 서울메트로 1·2급 고위직에 대한 지하철 관련 업종 취업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메트로는 2007년 경영효율화의 명분으로 정원 10% 감축 등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을 단행, 민간위탁을 통한 재정 절감에 나섰다. 서울메트로가 ‘안전 점검의 외주화’에 나선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후 다수의 퇴직 공무원들은 서울메트로부터 분사한 은성 PSD에 취업, 메피아 전성시대를 열었다. ‘공기업의 경영효율화→외주화의 확대→메피아 낙하산’ 등의 악순환이 되풀이된 것이다.
이재교(변호사) 세종대 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전관예우는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관행”이라며 “이는 우리나라 특유의 정실문화, 즉 금권과 권력의 야합에 의한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 무엇보다 행정과 경영의 투명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직업선택의 자유문제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능력 있는 공무원들의 취업을 무조건 막는 것도 좋은 대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