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부실에 골머리 앓는 농협중앙회, NH농협금융지주

2016-06-14 18:00

 

[사진=농협금융 제공]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조선·해운업종 부실 대출 처리 문제를 놓고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 협의에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기회에 부실 대출을 모두 정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중앙회 측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다.

최근 금융업계에서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의 경영은 좌지우지하면서 책임은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실 대출 정리를 놓고 NH농협금융은 중앙회 측에 명칭사용료·배당금 절감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NH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대주주다. 양 사는 지난 2012년 분리됐지만 인사를 비롯한 경영에 대한 중앙회의 간섭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 NH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서 분리된 이후 금융지주 회장이 4번이나 바뀌는 동안 중앙회 출신 등기임원은 단 한 차례로 바뀌지 않았다. 올해 들어 교체되긴 했지만 여전히 중앙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자리잡고 있다.

앞서 2대 NH농협금융 회장이었던 신동규 전 회장은 퇴임하면서 "농협금융은 제갈공명이 와도 안 될 것이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NH농협금융 회장의 실제 서열은 중앙회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도 끼지 못한다"면서 "직전 임종룡 전 회장의 경우 처신을 잘해 중앙회와 사이가 나름 좋았지만 현실적으로 NH금융지주 회장이 힘을 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귀띔했다.

이번 부실기업 대출 처리 문제를 놓고도 NH농협금융 경영진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김용환 회장은 최근 조선·해운업 등 5대 취약업종에 몰린 부실채권을 '빅배스' 방식으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빅배스는 경영진 교체 등의 시기에 잠재 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회계기법이다. 이를 위해 중앙회 측에서도 명칭사용료·배당금 절감 등을 통해 동참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지난 2012년 농협 신경 분리 이후 NH농협금융은 중앙회에 명칭사용료로 2012년에 4351억원, 2013년 4535억원, 2014년 3318억원, 지난해에는 3526억원을 냈다. 여기에 별도 납부하는 배당금까지 합치면 매년 약 5000억원 정도를 중앙회에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김병원 회장은 지난 1일 정례회의에서 "금융계열사들이 내는 브랜드사용료를 깎아주지 않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용환 회장이 야심차게 밝힌 빅베스 계획은 사실상 어려운 형국이다.

현재 농협은행이 보유한 조선·해운업종 여신은 총 5조원에 달한다.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 1조4000억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각각 1조원이 넘는 여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에 대한 여신 규모도 77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앞서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소 해운사인 창명해운 여신도 4000억원이다. 문제는 그동안 충당금을 제대로 쌓지 않아 향후 필요한 충당금만 2조원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농협중앙회는 경영에는 간섭하면서 책임은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 역시 "농협중앙회 이사진의 3분의 2가 단위농협 조합장들인데 명칭사용료와 배당금이 이들에게 민감한 문제여서 김용환 회장의 계획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