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16주년]<하>북한비핵화·평화협정체결 맞교환 실현 가능하나
2016-06-15 06:00
아주경제 주진 기자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 비핵화와 평화 협정 체결의 맞교환은 가능할 것인가. 미·중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미국, 중국과 북한의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형성된 미국과 중국의 대북제재 공조체제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로 충돌하며 다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북한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 추진'이라는 '왕이(王毅) 이니셔티브'를 내걸고 대화 재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최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추가 제재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 목표는 어디까지나 붕괴가 아니라 협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북한 붕괴를 목표로 한 우리 정부와는 입장차가 큰 셈이다.
실제 중국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핵 동결과 비확산, 그리고 핵확산방지조약(NPT)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에 동의하는 대신 중국은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군사대화를 주선하기로 약속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북중 동맹이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된다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자충수를 두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북중동맹 강화 등 복잡한 역내 역학관계 속에서 우리정부의 전략으로 ▲전략적 실용주의에 입각한 한미동맹 유지와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관계 확대 ▲대화와 협력을 토대로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재개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3자 혹은 4자 회담을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 가장 실효적인 방법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북핵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협상을 실패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제기해 온 협상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을 완화하고, 중국의 중재를 최대한 활용해 북한의 일정 수준의 성의를 유도함으로써 협상을 재개하고, 이와 동시에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연구원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려면 재래식 무기 만으로도 북한이 체제안보를 유지할 있다는 보장이 제공되어야 하며,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에 상응해 핵을 포기한 북한에게 중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입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미국 정부는 동아시아의 안정에 위험부담이 큰 북한정권의 변화보다는 평화협정 논의를 고리로 한 비핵화 실현이라는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이에 대비해 우리 정부는 평화체제의 형식과 내용, 조인으로부터 최종적으로 평화협정이 수립되는 시점까지의 과정,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누가 될 것인지, 이 과정에서 주변국들의 역할과 현재 정전협정 당사자인 유엔사의 법적 지위의 변경 등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현시점에서 비핵화와 평화협정 교환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북한의 핵실험 유예-한미군사훈련 축소, 핵동결-군사훈련 중지 또는 연기, 핵동결-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 시작 등을 우선적으로 또는 병행적으로 추진" 등 낮은 단계의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훼손된 남북의 군사적 신뢰를 우선적으로 복원하고 북핵이나 NLL(서해북방한계선), 주한미군 철수 같은 민감한 사안들을 우회하고 일단 낮은 수준의 교환을 통한 군비통제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