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드라마를 움직이는 사람들ⓛ] '태양의 후예' 제작사 NEW 장경익 대표 "가장 큰 행운은 송중기"
2016-06-10 07:00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그야말로 대박이다. 한국은 물론 중국, 홍콩, 미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을 사로잡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종영 후에도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며 아시아·유럽 등 총 32개국에 수출을 확정지었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에 조금 들뜰 법도 하건만 제작사 NEW의 장경익 영화사업부 대표는 그저 담담하기만 하다. 확신은 가지되 마음을 비우고자 하는 그의 태도는 드라마를 흥행으로 이끌었고 “하고 싶은 걸 즐겁게 하자”는 마음가짐은 NEW가 영화·음악 분야에 이어 드라마까지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었다.
“우리가 드라마 제작을 한다고 하니 어느 방송국에서는 ‘드라마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기도 하고 ‘그 예산으로 만드는 건 미친 짓’이라고도 했어요. 하하하. 잘 모르니까 과감할 수 있었죠. 고정관념이 없으니까요. 오히려 그런 점이 우리의 장점이었고 NEW라는 회사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우려와 기대 속에서 장경익 대표는 “NEW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드라마에 녹여내기로 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사전 제작이었고 영화를 만들어온 NEW에게는 낯설지 않은 작업이었다.
“사실 리스크가 컸어요. 이전에 만들어진 사전제작 드라마가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으니까요. 거기에 중국동시방영에 사후심의까지 한국 드라마로서는 최초였죠. 하지만 우리는 늘 사전제작을 해왔기 때문에 제작 환경이 낯설지 않았어요. 오히려 좋았죠. 작품의 퀄리티나 문제점을 즉각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었거든요.”
사전제작과 사후심의라는 큰 리스크 앞에 어떻게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장 대표는 “본능적인 확신이 있었다”며 농담처럼 “그냥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을 하다 보면 파트너에게 신뢰가 생길 때가 있고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같이 해결해나갈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과정에서도 힘든 부분이 많았죠. 캐스팅도 늦어지고 제작 일정이 오래 걸린 데다가 마지막에는 송중기 씨가 다치기까지 했으니까요. 일정이 문제가 아니라 배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당히 고민스러웠는데 배우가 끝까지 협조해줬고 송혜교 씨 등 다른 배우들도 협조해주면서 작은 문제들을 극복하고 동시방영이라는 첫 번째 사례를 남기게 되었어요.”
“제 바람이 있다면 늘 미국 중심이었던 영상산업이 아시아로 넘어오는 거예요. 1억불, 2억불짜리 콘텐츠를 아시아에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주인공이 돼보고 싶다는 생각들을 하곤 해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시장이 점차 커지며 제작비 관련 중국에 너무 많은 의존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애니메이션 시장을 두고 관객이 50만이 든다면 극장으로는 15억 정도의 매출이 올라요. 그리고 극장 것을 빼버린다면 (수익이) 7억만 남는 거죠. 그럼 우리는 7억짜리 콘텐츠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중국이라는 시장이 들어오면서 우리는 더 큰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기회가 주어진 거죠. 중국시장에서 한국 콘텐츠 소화 여력이 생겼고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나 장르를 드라마로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우려를 얘기하기 보다는 기회, 또 다른 가능성을 봐야 해요.”
장경익 대표의 말처럼 중국 시장으로 인해 우리의 콘텐츠는 더욱 풍부해지고 다양해졌다. 콘텐츠 시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있고 이에 대한 선택과 집중,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렇다면 문화 확장, 시장 확보를 위해 우리는 어떤 콘텐츠를 준비해야하는 걸까? 장 대표에게 “문화 교류를 위해 콘텐츠에 있어서도 그들의 니즈(Needs)를 채워줘야 하는 건지” 질문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하겠다고 해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겠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죠. 백전백패라고 봐요. 한국에서 살면서도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모르는데 어떻게 중국, 해외 대중들의 마음을 알겠어요. 하하하. 우연히 시장에서 좋아하는 거예요. 한국 시장의 경우에는 사랑 이야기가 많은데 이게 가장 글로벌한 소재고 주제라고 생각해요. 굳이 한국의 특징을 꼽는다면 사랑도 뜨겁게 한다는 것? 그게 동경의 대상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돼요.”
그렇다면 ‘태양의 후예’의 성공 또한 우연한 일이었을까? “이 모든 것이 운이라는 것이냐”는 반응에 장 대표는 천연덕스럽게 “그렇다”고 답했다.
“운은 늘 따라야 해요. 거기에 안정적인 스타 캐스팅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겠죠. 성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마 스타 기용이겠죠. 이미 알려진 배우에 대해서는 안정적으로 구매하는 팬들이 생겼고 수입하는 입장에서도 안정적이라고 여기니까요. ‘태양의 후예’ 경우 송혜교 씨는 원래 중국에서 스타였잖아요. 하지만 송중기 씨는 달랐죠. 이 작품으로 인해 만들어진 스타에요. 이런 걸 두고 우리는 ‘늘 운이 따랐다’고 하는 거예요. 이 드라마의 경우 가장 큰 운은 역시 송중기 씨가 캐스팅된 거죠. 하하하. 드라마 촬영 일정이 밀리면서 송중기 씨가 제대를 하게 되었고 캐스팅이 결정된 거니까요.”
장 대표의 말처럼 송혜교는 중국에서도 이미 톱스타였다. 드라마 ‘가을 동화’, ‘풀하우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으로 해외에서 충분한 인지도를 쌓았고 많은 사랑을 받아왔으니까. 하지만 송중기의 경우는 달랐다. 국내에서는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었지만 해외에서는 인지도가 전무했다. 송중기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며 일각에서는 “남자 배우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내보이기도 했었다.
“물론 그런 우려가 없는 남자 배우들을 쓸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 우리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어요. ‘태양의 후예’가 나가는 순간 중국에서 엄청난 스타가 될 거라고요. 우주 대스타가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죠. 중국 쪽 파트너에게도 그렇게 자신했었어요. 송중기 씨가 씩 웃는 얼굴을 보고 남자인 저도 설렜거든요. ‘될 거다, 이 배우는 될 거야’하는 확신이 있었어요.”
이 같은 장대표의 확신은 현재의 ‘태양의 후예’ 신드롬이 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많은 이들이 ‘유시진(송중기 분) 앓이’에 빠졌고 드라마의 인기는 국내는 물론 중국, 홍콩, 일본, 미국, 프랑스 등 아시아와 유럽까지 사로잡았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은 중국. 지난 5월 23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는 류치바오 중국 중앙선전부장이 ‘태양의 후예’ 제작진을 만나 드라마 제작 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미팅에는 류치바오중앙선전부장을 포함한 중국 정부 대표단, ‘태양의 후예’ 제작사 NEW 김우택 총괄대표를 비롯해 배우 진구, 김원석 작가, 한석원 PD 등 드라마 제작진, 중국 화책미디어 임직원,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류치바오 중국 중앙선전부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굉장히 높으신 분이죠. 중국서 문화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 분과 사진 한 장만 찍으면 해결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에요.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중 30분 이상은 ‘태양의 후예’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아주 세세하고 깊이 있게요. 어떤 평론가보다도 깊이 있는 대화였죠. 정말 큰 감동을 받았어요. 이걸 계기로 한·중 문화의 교류가 열리는 것 같았어요. 잘 만들어진 한국 작품들이 중국으로 넘어가면 그들도 자극을 받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어요. 우리도 마찬가지죠. 양국의 창작자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로 기대하고 있어요.”
우려를 기대로, 가능성으로 탈바꿈한 NEW.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드라마 제작사인 만큼 차기작 선택에 있어 신중하지 않을까 짐작했다.
“아뇨. 신중하지 않아요. 하하하. ‘태양의 후예’만큼 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거든요. 여전히 우리가 좋아하고 재밌는 일을 할 거예요. 중국 속담에 그런 말이 있어요. 돈은 발이 4개라서 사람이 따라가려면 못 따라간다. 하지만 돈이 사람을 따라오면 금방 따라온다고.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하다 보면 곧 수익도 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문화 쪽에서 일하는 매력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