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화공(畵工)' 이중섭…탄생 100주년 기념전 열려

2016-06-10 07:47
국립현대미술관, 올 10월 3일까지 덕수궁관에서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 개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0월3일까지 덕수궁관에서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을 개최한다. 이중섭의 '황소'(1953~54).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서양회화의 기초 위에 동양의 미학을 실현한  '민족 화가' 이중섭(1916-1956)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10월3일까지 서울 덕수궁관에서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을 개최한다. 국립미술관 역사상 최초의 이중섭 개인전이다. 

 

이중섭, '물고기와 노는 세 어린이'(1950년대)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난 그는 정주의 오산고등보통학교에서 미국 예일대 출신의 서양화가 임용련을 통해 처음 미술을 접했고, 1930년대 일본 도쿄 문화학원에서 본격적인 미술수업을 받으며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 이후의 삶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했다. 1943년 태평양전쟁의 여파로 귀국한 그는 2년 뒤 문화학원 후배였던 야마모토 마사코와 결혼했으나 한국전쟁 중 부산과 제주도로 피란하며 가족과 이별하게 된다.

만 40세의 나이로 요절할 때까지 그는 통영 진주 서울 대구 왜관 등지를 전전하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말년에는 가족과 재회할 수 없다는 절망감 속에서 거식증을 동반한 정신적 질환을 앓기도 했다. 

 

이중섭, '욕지도 풍경'(1953)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중섭은 1970년대 이후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오며 '국민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강했고, 그의 작품들은 수차례 거래를 반복하며 상당 부분 흩어졌다. 이는 결국 그의 작품 가격만 천문학적으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고, 그만큼 일반인들이 원작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었다. 

이번 전시는 산발적으로 보관되던 이중섭의 원작들을 한자리에 끌어모았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를 위해 그의 은지화 3점을 소장하고 있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비롯해 총 60곳의 소장처들로부터 200여 점의 작품, 100여 점의 자료를 대여받았다. 이 덕분에 '황소' '욕지도 풍경' '길 떠나는 가족' 등 그의 대표적인 유화 60여점과 드로잉, 엽서화, 편지화, 유품 등이 망라될 수 있었다. 

 

이중섭, '흰 소'(1953~54)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는 이중섭이 거쳐 간 시공간을 따라 전개된다. 첫 전시실은 상대적으로 작품수가 적은 '부산·제주도 피란시기'로 꾸며지고, 전쟁 직후 절정기에 이른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통영 시대', 가족을 그리워하며 수많은 편지와 가족그림을 남긴 '서울 시대', 그리고 경제적 궁핍과 절망 속에서 지냈던 '대구와 서울(정릉) 시대'의 작품들이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중섭은 해부학적 이해와 엄밀한 데생 실력을 토대로 한국 고유의 미의식을 담아내고자 했다"며 "작가 스스로 말했듯이 '정직한 화공'  '민족의 화가'가 되고자 했던 그의 신념이 작품 곳곳에서 발현된다"고 설명했다.
 
 

이중섭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1954년 11월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 전시는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이정재가 오디오 가이드 제작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이씨는 "평소 이중섭 작가에 관심이 많았다"며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배경과 작가의 의도를 관람객에게 전해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전시 입장료는 성인 7000원, 유아·초·중·고등학생 4000원(덕수궁입장료 포함). 문의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