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성공신화' 쓴 식품업체① 농심…중국인의 라면 식습관을 바꾸다
2016-05-30 00:01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글로벌 식품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 식품시장은 올해 1조5000억 달러(약 178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세계 식품시장의 19%에 이르는 수치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이전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미국 식품시장의 경우 연간 성장률이 1%대로 하락한 반면, 중국은 7%대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해 이미 2014년 미국을 넘어섰다.
이처럼 거대해진 중국 시장이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10년 이상 영업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중국 고유의 정서와 세법, 문화 등이 특이하고 각 지역마다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철저한 분석과 심도 있는 이해 없이 무턱대고 접근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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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농심이 중국 상하이에 라면 진출을 선언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라면은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라면 식습관을 본 농심의 박준 사장은 "중국의 입맛을 쫓아가기보다 농심 신라면이라는 고유의 맛과 방식을 갖고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진출 초기 유통망 구축에 나선 농심의 영업사원들은 버너와 냄비를 하나씩 들고 일일이 가게를 돌아다녔다. 경쟁업체의 라면과 비교 시식을 위해서다. 이들은 물을 끓인 뒤 라면과 스프를 넣는 순서, 끓이는 시간 등을 하나씩 설명하며 '낯선 한국의 라면'을 중국에 알렸다.
처음 신라면을 접한 중국 소비자들은 "맛은 있지만, 끓여 먹기 불편하고 가격이 비싸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매출도 크게 늘지 않아 농심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강하게 한국의 라면 스타일을 고수해야 한다고 사장은 물론 영업사원까지 마음을 다잡았다. 중국인의 식습관을 따라 부어 먹는 라면을 개발·판매할 법도 했지만 농심은 "끓여 먹는 라면이 부어 먹는 방식보다 맛있다"는 신념을 고집스럽게 지켰다.
이런 뚝심은 결국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4년부터는 '중원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得中原者得天下)'라는 슬로건 아래 중국 내륙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농심 측은 신라면 모델 선발대회, 신라면 요리대회 등을 통해 '신(辛)' 브랜드를 현지인들에게 알리고 끓여 먹는 라면 문화 전파에 매진했다.
농심의 매출 증가에는 온라인에서의 인지도 상승도 한몫했다. 지난해 중국통계정보서비스센터(CSISC)가 조사한 중국 라면 브랜드 평가보고에 따르면, 신라면을 중심으로 한 농심 브랜드가 인지도, 선호도, 호감도 등의 항목에서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농심 제품의 대폭적인 매출 상승으로 확인되고 있다.
2015년 농심의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몰을 비롯한 온라인에서 매출은 전년대비 240% 늘었다. 타오바오몰 내 티몰 슈퍼에서 농심은 중국 유명 라면업체 퉁이와 1위 자리를 놓고 다툴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온라인몰에서 농심의 라면 판매 점유율은 20%에 이른다. 지난해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11월 11일 광군제에는 하루에만 약 4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농심이 증설을 계획 중인 상하이 공장은 앞으로 중국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한 전진기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이 공장의 최대 라면 생산능력은 월간 180만 박스로 총 5개의 생산라인에서 신라면, 신라면블랙, 김치라면, 너구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농심은 중국 시장에서 폭증하는 수요에 맞춰 1개의 라면 생산라인을 증설, 월 220만 박스의 생산능력을 올 8월까지 갖춘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심양공장 4개 라인에서 생산 가능한 130만 박스를 더하면 농심은 중국 공장에서 월 350만 박스의 라면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과 김치라면은 중국 시장 공략의 주력 브랜드"라며 "지난해 10월부터 생산물량을 대폭 늘린 백산수 판매를 활성화해 올해는 중국 시장에서 3억 달러(약 3500억원)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