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경북 청송 음독자살 주민이 '농약소주' 피의자"

2016-05-26 14:23
'공소권 없음' 결론 내리고 사건 종결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경북 청송에서 일어난 '농약소주 사망사건' 피의자로 음독해 숨진 주민을 지목돼 사건이 새 국면을 맞았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청송 농약 소주 사망사건 피의자 A씨(74)가 음독에 사용한 고독성 농약의 성분이 마을회관 소주에 들어있던 농약 성분과 같아 A씨를 피의자로 지목했다고 26일 밝혔다.

하지만 피의자는 이미 숨진 상태이기 때문에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 내리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 함으로써 사건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지난 3월 9일 오후 10시께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에서 박모(63)씨와 허모(68)씨가 고독성 농약이 든 소주를 마시고 쓰러졌다. 결국 박씨는 숨졌고 허씨는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다가 가까스로 의식이 돌아왔다.

이후 경찰 수사과정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둔 주민 A씨가 같은 달 31일 축사에서 같은 성분의 고독성 농약을 마신 뒤 숨졌다. 경찰은 A씨가 갑자기 숨진 것을 수상하게 여겨 그의 혈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이 결과 혈액에서 고독성 농약이 나오자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A씨 시신을 부검하고 주거지를 수색했다. 축사 주변에는 음독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드링크 병이 나왔고, 드링크 병에서는 A씨 것이 아닌 다른 사람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A씨가 쓰러진 채 발견된 장소에서 외부인 침입이나 그의 몸에 다투거나 저항한 흔적은 없었다. 이에 경찰은 숨진 A씨가 마을회관 농약소주 사건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A씨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불안감을 나타낸 점, 아내의 잦은 마을회관 출입에 불만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점 등 정황을 종합해 그를 용의 선상에 올렸다.

사건에 사용된 고독성 농약은 2010년 3월 국내 한 농약사에서 생산한 것으로 2010년 3월 16일 청송지역 농약 판매점에 납품됐다. 또 A씨는 같은 해 8월 청송지역 한 농약상에서 외상으로 이 농약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히 음독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을 용의자로 보는 근거라고 경찰이 전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가 보관하던 농약으로 범행을 한 뒤 경찰의 수사
망이 좁혀진 것에 부담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정황과 증거를 종합해 봤을 때 A씨가 피의자라고 판단했다"며 "A씨가 숨진 뒤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했으나 다른 용의자나 특이 사항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