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여성경제가 답이다
2016-05-25 14:18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이사대우)
얼마 전 KDI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무슨 뜻이냐? 저성장의 고착화, 경기회복의 지연을 의미한다. 당분간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가 인플레 없이 달성 가능한 최대한의 성장률(잠재성장률)을 밑도는 2.6%정도의 경제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슬픈 얘기다.
‘여성경제’가 답이다. 무슨 뜻이냐? 나라 경제든, 가정 경제든 이제 여성들이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림으로써 소득과 소비를 늘리고 경기회복과 저성장 탈출에 기여하자는 얘기다. ‘여성경제’(womenomics, 위미노믹스)를 키우자는 것이다.
‘여성경제’의 성공사례는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복지국가들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매우 높고 남성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에 따른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도 보이지 않는다. 여성의 정치참여도 활발해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스웨덴은 44%, 핀란드는 42%에 달한다. 여성 장관의 비율은 핀란드가 63%, 스웨덴이 52%다. 핀란드는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바 있다.
이같은 성공사례는 북유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에도 있다. 아프리카의 르완다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64%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여성 장관의 비율은 35%에 달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5년 性격차(隔差)지수(GGI)를 보면, 우리나라는 145개국 중 115위에 불과했는데 르완다는 6위였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1인당 GDP가 1800달러 정도에 불과한 저개발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첫 번째 이유는 1994년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인종갈등에 따른 ‘제노사이드’(genocide), 100일 동안에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 명이 숨진 '대학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르완다국제전범재판소(ICTR)는 1998년 성폭행을 전쟁범죄이자 반인도범죄로 선언했다. 2003년에는 국회의원, 장관, 공무원, 법관 등의 공직에 여성의 채용을 30%이상 의무화하는 헌법이 제정됐다. 제노사이드 이후 여성이 전체 국민의 70%가량이었다는 점도 '30% 여성할당제'의 토대가 됐다. 그 결과, 현재 르완다 국회의원의 64%, 장관의 35%, 법관의 40%가 여성이다. 여성들의 지옥이었던 이 나라는 이제 성평등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변신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르완다의 ‘여성경제’ 모델은 아직 열세살의 미성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뒷받침되면서 르완다의 미래는 밝다. 주변국으로 피신하고 망명했던 국민들이 르완다로 돌아오고 있다.
이처럼 남성중심의 정치와 경제를 그냥 내버려두면 사회적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가사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여성들이 정치와 경제활동에 참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性평등 순위 115위에 불과한 ‘나쁜 균형’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남녀 간 성차별이 사라진 ‘좋은 균형’으로 이동해 가기 위해서는 르완다와 같은 파격적인 ‘여성할당’ 조치들이 필요하다. 최소한 여성경제(womenomics)에 대한 연구라도 제대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돌파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