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아베노믹스에서도 하나 배워야
2016-05-19 13:28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이사대우)
논어에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는 문구가 있다. 글자 그대로는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다보면, 반드시 그 중에는 나의 스승이 있다’는 것이다. 즉, 어떤 사람의 좋지 않은 측면은 개선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좋은 측면은 배워야 한다는 차원에서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다는 가르침이다. 이 말을 일본의 ‘아베노믹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일본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아베노믹스’에서도 좋은 점은 좋은 점대로 배우고, 좋지 않은 점은 교훈으로 새겨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베노믹스란 한마디로 ‘사상 초유의 돈풀기’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주동이 돼 2013년부터 3년간 200조엔, 우리 돈으로 2000조원 가량을 시중에 풀었고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까지 실시했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는 급락했다. 2013년 4월 달러당 98엔 하던 것이 2015년 8월에는 달러당 125엔에 육박했다. 엔화 가치의 급락으로 수출이 잘되자 도요타 등 수출기업들은 엄청난 이익을 올렸다.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소비가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작년 말 미국이 “환율전쟁 고마해라(그만해라)”고 한마디 하자 엔화 환율이 떨어지기 시작해 올해 말에는 달러당 100엔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조차 나오고 있다.
엔화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옴에 따라 도요타 등 수출기업은 다시 울상이다. 게다가 작년 말에는 투자와 소비, 경제성장률 모두 부진했다. 3년 가량 엄청난 돈풀기의 영향으로 거품경기가 반짝했지만, 수출기업 중심으로 소득이 올랐지 모든 국민들의 주머니가 넉넉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벌써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다한 것이라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국가별로 2015년 성(性)격차지수(GGI)를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45개국 중 115위에 그쳤고, OECD 34개 회원국 중 33위에 그쳤다. GGI는 크게 정치, 교육, 건강, 경제 등 4가지 영역으로 세분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경제적 측면에서의 성 격차(gender gap)가 가장 심각하다. 즉, 남녀의 고용률 격차와 임금 격차가 심각하고, 고위관리직에서 여성의 비율이 낮으며, 전문직과 기술직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도 매우 낮다는 점이다.
GGI 1위는 아이슬랜드였고, 2위는 노르웨이, 3위는 핀란드, 4위는 스웨덴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정치·경제·사회적인 성 격차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 격차가 없는 북유럽 국가들은 출산율도 높고 최근 경제성적표도 우수하다. 독일(11위), 프랑스(15위), 영국(18위)도 GGI가 높은 편에 속했다. 일본은 101위로서 우리와 비슷하게 문제가 많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해마다 4월 둘째 화요일에 ‘동일임금의 날’(equal pay day) 캠페인을 벌인다. 오죽하면 미국도 대통령이 남녀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겠는가? 하지만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 쇼맨십도 자주 하면 믿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