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공기업 구조조정] 성과연봉제 도입 난항…노조·野 반발 거세
2016-05-24 15:42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정부가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는 노사 합의가 없더라도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노조는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을 결정한 이사회나 경영진을 고소·고발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어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역시 정부의 태도가 '이중적'이라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서 앞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성과연봉제란 1년을 단위로 능력과 실적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임금제도 형태를 말한다.
정부는 공기업은 6월 말, 준정부기관은 12월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고 미이행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인건비 등을 동결,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지난 20일 처음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여야 3당은 성과 연봉제 도입 시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으나 정부는 노사합의는 여야 3당이 정부 측에 강조한 내용이지 정부와 합의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63개 기관이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키로 했는데 이 중 12개 기관은 이사회 의결은 거쳤지만 노사 합의는 하지 않은 경우"라며 "노사 합의를 권장하지만 판례와 관계법령 등에 따라 개별 기관이 의결하거나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상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가져오는 사규 변경 등은 노조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한 제도다.
노조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볼 경우에는 취업규칙 변경이 효력을 가진다.
이에 따라 서부·남동·남부·중부 등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를 포함한 12개 기관은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회통념상 합리성 인정에 해당한다는 법률 자문을 거쳐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도입을 완료했다.
◆ 노조, 고소·고발로 맞불…野 "정부 태도 이중적" 비판
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공공기관 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계의 반발은 거세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한 캠코 노조는 사측이 직원들과 1대1 면접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 동의서를 강제로 받아냈다며 홍영만 캠코 사장을 부산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산업은행 노조 역시 이동걸 회장을 비롯한 점포장급 이상 간부 180명 전원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하는 등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지난 20일 여야정 민생점검회의에서 성과연봉제는 노사정 합의기준에 따라 노사합의로 진행하기로 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정부의 태도가 '이중적'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24일 "오늘부터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한 진상조사를 시작한다"며 "여야 정치권에서 합의해 권고한 걸 정부가 불법, 탈법 없이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한쪽에선 강요하는 이중성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한 기획재정부 간부가 2015년 노사정합의에 마치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발언한 것은 청와대에서 합의한 민생경제회담의 합의내용을 스스로 지키지 않겠다는 정말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현재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공공기관 정상화에는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금체계 개편의 경우 명확한 목표와 실적, 평가의 기준이 각 공공기관의 상황에 맞게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