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여객기 추락..관광업 위축·사회 불안

2016-05-20 13:42

[사진=카이로 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파리를 출발하여 카이로를 향하던 이집트에어 여객기가 지중해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뜩이나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이집트 관광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어수선한 이집트 사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지시간 18일 이집트에어 MS804편은 이집트 영공 진입 직후 지중해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당국은 테러, 조종사 과실, 기계 결함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중해 해역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관광 산업에 경고등 

연이은 항공 참사와 무장단체의 폭탄 테러 등 여행객들의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집트를 먹여 살리던 관광업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여행객들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한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작년 9월 이집트 경찰은 멕시코 관광객들을 무장단체로 오인하여 공습을 가해 12명의 관광객이 사망했고, 작년 11월에는 시나이 반도 북부 엘 아리시에 있는 고급 리조트 입구에서 차량을 이용한 자살 폭탄 테러가 터졌다. 또한 지난 1월에는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 가장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기자 피라미드 근처에서 폭탄 공격이 발생했다.

여객기 사고도 이어졌다. 작년 10월에는 샤름 엘 셰이크를 출발하던 러시아 여객기가 시나이 반도에서 추락해 224명 전원이 사망했는데, IS는 스스로를 배후로 자처했다. 최근까지도 유럽과 러시아 항공업체 상당수는 시나이 반도로 가는 항공편 운항을 재개하지 않았다.

올해 3월에는 폭탄조끼를 입은 테러범이 이집트에어 항공기를 납치한 사건도 있었다. 다행히 탑승객 전원은 무사히 풀려났다.

연이은 사고에 이집트 관광산업은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10년만 해도 총 1500만 명의 해외 관광객이 이집트를 방문했고 이에 따른 관광수입이 130억달러(약 15조 원)에 달하는 등 관광업은 이집트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는 주요 수입원이었다.

그러나 2011년 이집트 혁명 이후 관광객은 1년에 1000만명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 여객기 사고 이후 이집트 관광 경기는 완전히 꺾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집트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120만명으로 작년 동기비 220만명 대비 반토막 났다. 관광수입 역시 동기간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서 5억달러로 급감했다.

안전 우려로 서방 관광객의 외면을 받고 있는 이집트는 새롭게 중국, 말레이시아, 조지아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분주하지만 거듭된 악재로 이집트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몰렸다. 

▲ 안 그래도 어수선한데

이번 사고가 아니더라도 이집트 사회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탄압이 국내외에서 비난을 사고 있는 데다가  이집트 시나이 반도를 거점으로 삼는 현지 IS 세력이 잇따라 크고 작은 테러를 자행하고 있어 현지 치안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이집트 사회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 미국 국무부 관리였던 타마라 코프만 위트스 브루킹스 연구원은 “엘 시시 대통령은 집권 이후 이집트 사회 안정을 훼손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회 운동가들은 시시 행정부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보다 훨씬 더 압제적이라고 비난한다. 무바라크는 30년 장기집권 후 2011년 이집트 혁명을 통해 축출된 바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빠르면 시시 대통령이 이끄는 이집트에는 “인권 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다. 정부는 시위를 금지하고 수만 명의 국민을 불공정 재판을 통해 구금했으며 이집트 최대 여당인 무슬림형제단을 불법 테러조직으로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폭력 희생자 재활을 위한 엘나딤 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집트에서는 약 500명이 구금 중에, 혹은 현지 경찰에 의해 사망했다.

엘나딤 센터는 이집트 정부가 반대 세력의 입막음 노력이 계속되면서 지난 20여년 간 현지 수사 당국의 인권 학대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노동을 연구하던 줄리오 레제니 28세 이탈리아 대학원생이 카이로 외각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어 논란이 됐다. 사체에는 심한 고문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로이터는 이집트 경찰 소식통을 인용하여 “레제니의 부검 결과 그가 살해당하기 전 약 일주일 간 심문을 받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