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멀어지는 휴전…이스라엘, 가자·이집트 국경에 도로 건설
2024-09-08 18:00
새 포장도로 길이 6.4㎞ 달해…필라델피 회랑 철군 안할 듯
이스라엘군, 서안지구서 美여성 총격 살해…"정황 조사 중"
이스라엘군, 서안지구서 美여성 총격 살해…"정황 조사 중"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접경 지대이자 완충 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을 따라 새 포장도로를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의 휴전과 인질 협상에서 핵심 쟁점이 된 필라델피 회랑 철군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BBC 방송은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가자 남쪽 국경을 따라 아스팔트를 깔고 있다”며 “일부 해설가들은 이를 조만간 전면 철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 이 지역을 촬영한 민간 위성사진에는 지중해 쪽 끝에서 공사가 시작된 모습이 처음 포착된 것을 시작으로 국경 장벽을 따라 건설이 진행돼 온 모습이 담겼다.
가자지구와 이집트간 국경의 전체 길이는 12.6㎞다. 서쪽은 지중해, 북쪽과 동쪽은 이스라엘과 접한 가자지구 주민들이 전쟁 발발 전까지 이스라엘을 거치지 않고 외부 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팔레스타인 강경파인 하마스는 2007년 가자지구 통치를 시작한 뒤 필라델피 회랑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작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되자 자국과 가자지구 경계를 완전 봉쇄한 뒤 올해 5월에는 필라델피 회랑을 재점령했다.
회랑 중간에는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통로인 라파 검문소, 남쪽 끄트머리에는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통로인 케렘 샬롬 검문소가 있다.
하마스는 공식 통로가 아닌 필라델피 회랑 아래에 뚫은 여러 지하터널을 통해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오가는 것으로 의심받는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 정권은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수하면 하마스가 재기할 기회를 헌납하는 것으로 본다.
필라델피 회랑은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7월 말 필라델피 회랑 영구주둔 등 새 요구사항을 들이밀어 협상을 난항에 빠뜨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달 2일 기자회견에서 “필라델피 회랑은 하마스의 숨통이자 재무장을 위한 공급선”이라면서 전후에도 이스라엘군이 이 지역에 주둔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들은 지난달 31일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6명이 가자지구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것을 계기로 휴전 협상 타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나섰지만 결과를 내지 못했다.
한편,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 인근 베이타 마을에서 튀르키예 출신으로 미 시민권자인 아이세뉴르 에즈기 에이기(26)가 머리에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미 워싱턴대를 올해 졸업한 에이기는 그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 분리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인 국제연대운동(ISM)에서 활동해왔다. 이날도 서안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 확장에 반대하는 ISM의 주간 시위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했다.
이스라엘군은 “시위 현장에서 외국인 1명이 우리 군의 총격으로 숨졌다는 보고를 받아 관련 내용과 정황을 조사 중”이라며 “군인들에게 돌을 던지고 위협을 가하는 등 폭력 행위를 한 주요 선동자들에게 총격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ISM 측은 “당시 시위가 평화적이었는데, 이스라엘군의 개입으로 충돌이 일어나고 에이기가 사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