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용선료 협상 사활…감원의 늪에 빠진 조선업계

2016-05-15 14:16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해운·조선업계가 회생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우선 해운업계는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문제가 최대 관심사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제3의 해운동맹에 한진해운이 포함되고 현대상선은 경영정상화 시점까지 일단 제외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양사의 구조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진해운은 일단 독일의 하팍로이드, 일본의 NYK·MOL·K-LINE, 대만의 양밍 등이 결성한 ‘THE 얼라이언스’ 구성원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한숨을 돌렸다.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의 채무 재조정, 해운동맹 잔류 등 자율협약의 3가지 조건 중 한 가지를 이행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얼라이언스 가입이 보류된 현대상선은 오는 20일이 마감 시한인 용선료 인하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다.

특히 해외 선주들과의 협상 결과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이달 말로 예정된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과 채권단 관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대상선은 영국의 조디악, 그리스의 다나오스, 싱가포르의 이스턴퍼시픽 등 22개 해외 선주를 상대로 용선료를 30% 내외 인하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총 용선료의 28.4%를 인하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최대한 목표치에 근접한 결과를 얻어내고자 온 힘을 쏟고 있다. KDB산업은행 등 현대상선 채권단은 최소 25%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용선료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현재까지 성공 가능성과 실패 가능성은 반반인 것으로 채권단은 보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번 주 중 해외 주요 선사들을 초청해 용선료 협상의 막바지 타결과 향후 선주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도 용선료 협상팀을 꾸리고 협상을 위한 자문 로펌으로 영국계 프레시필즈를 선정해 본격적으로 용선료 협상에 들어갔다.

또 오는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만기 연장 등 채무 재조정에 나서는 한편, 해외 사옥 및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등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을 속속 이행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감원 바람이 거세다. 조선 ‘빅3’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평균 11.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적선사 2곳의 인건비 비중(2.0%)보다 5.6배 높은 수치다. 현대중공업의 정규직은 2만7000명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1만3000명선이다.

한국2만기업연구소는 “조선 3사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2% 포인트 낮추면 연간 약 9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조선 3사가 해외 종속법인도 부채규모가 5조4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부실 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이 조사한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3대 조선사의 해외 종속법인 34곳의 재무제표 분석 결과에는 이들 법인의 총 부채 규모가 5조35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선업이 호황이던 2010년보다 28.7%(1조2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보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말 대규모 추가 자구안을 내놓는다. 혹독한 자구노력 의지를 반영하기로 함에 따라 현대중공업처럼 대규모 추가 인력 축소, 도크(dock·선박건조대) 잠정 폐쇄 등이 망라될 전망이다.

추가 자구안에는 임원진 및 조직 추가 축소 개편, 희망퇴직을 통한 추가 인력 감축, 임금 동결 및 삭감, 순차적 도크의 잠정 폐쇄, 비핵심 자산 매각 강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채권단 지원이 결정되면서 2019년까지 인력 2300여명을 추가로 감축해 전체 인원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이는 등 1조85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세운 바 있다.

정성립 사장은 최근 노조를 만난 자리에서 추가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정 사장은 “경영정상화를 목적으로 한 현재의 자구계획에 추가해 기존 계획 대비 더 처절하고 혹독한 자구노력 의지를 반영해야 정부, 채권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자체 구조조정 시행에 들어갔거나 마련 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미 현대중공업은 과장급 이상 대규모 희망퇴직을 발표했다”면서 “삼성중공업 역시 재무구조, 경영 개선, 유동성 관리 등 3개 분야 자구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