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박진영 “내가 아니라 회사가 최고다”
2016-05-11 16:22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82)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내가 아니라 회사가 최고라는 말을 듣고 싶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창업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가수이자 기업인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기업경영에 대한 욕심도 크다. JYP엔터테인먼트를 업계 유력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1조원을 넘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창업자는 기업가의 관점에서 생각했다. 현재의 JYP엔터테인먼트의 현실을 기준으로 향후 미래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산출해봤다. 결론은 지금 상태로는 1조원 달성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문제점 중 가장 큰 걸림돌은 박 창업자 바로 자신이었다. 음악이 좋아 많은 활동을 하고, 후배들을 키워내는 등 그가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는 구성원들과 회사 시스템은 ‘박진영을 위한 사람들과 시스템’으로 되어 버렸다.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 방식은 효율성면에서도 그렇고 음악적 스타일에 식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2013년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박 창업자 혼자 모든 일을 결정하는 태도를 버리는 것이었다.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그 틀에서 의사결정을 이뤄내기로 했다. 크리에이티브를 시스템화 하는 일이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일단 직원들이 당황해하며 부정적이었다. 그래도 밀어붙였다. 하지만 박 창업자의 ‘감’이 아닌 시스템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낸 결과물들이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았다. 박 창업자는 멈추지 않았다. 이전에는 모든 곡을 자신이 썼지만,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작곡가를 양성하고, 외부 작곡가의 곡을 받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모아 그 안에서 최고의 정수를 골라내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데 3년이 걸렸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열매는 컸다. 시스템의 예측대로 완성한 여성 듀오 15&(피프틴엔드)의 ‘사랑은 미친 짓’이 투자 대비 높은 수익을 기록했으며, 미쓰에이, 박지민 등 소속 가수들의 신곡도 예측을 뛰어넘는 더 좋은 성과를 거뒀다. 더욱 보람된 것은 회사에서 박 창업자의 영향력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모든 작업에 함께 참여하면서 회사 직원들의 사기도 살아나고 기쁘게 일에 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