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자구계획 제출 초읽기… 노사간 시각차 극명 ‘갈등 불씨되나‘

2016-05-09 15:33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강력한 자구계획을 요구받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자 접수를 시작했다.

신규수주 급감으로 인한 일종의 선제적 대응이라는 설명이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앞서 회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반면 경영진은 경영상태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노조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9일 현대중공업은 일감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희망퇴직은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조선관련 5개사에서 함께 실시하며, 신청 직원에 대해서는 최대 40개월치의 기본급과 자녀학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노조는 지난 4일 사내 소식지인 인사저널을 통해 현대중공업 본사가 인력 구조조정을 앞세워 노조원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공개한 인사저널에 따르면 “(회사가)현재 강력한 자구계획 제출을 요구받고 있다. (내용은)불이행시 자금 지원 중단 등 제재를 시사하고 있다”며 “우리 회사가 갖고 있는 자산과 인력을 줄여서 살아갈 방도를 찾으라는 것”이라고 자구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은 설계부문에서는 이미 일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작년 착공선박도 한 척 밖에 없다”며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측은 그간의 언론보도를 반박근거로 들고 반격에 나섰다. 권오갑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분기 만에 흑자를 냈고, 다른 조선사와 달리 정부의 돈 한 푼 받은 적 없다”면서 “(자구안은) 우리 스케쥴대로 간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이 다른 조선사들 대비 낮은 수준인 만큼 크게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타 조선업체들보다 건전하다는 주장은 회사가 내놓은 보도자료에서도 드러난다. 회사는 이날 “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등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조선․해양 비중이 50% 미만이다. 조선업종 불황에 따른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다”면서 “각종 재무수치들도 동종업계와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조는 회사측의 이중적인 태도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사장 인터뷰와 달리 내부 소식지에서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구조조정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조선업계 전체가 수주문제에서 어려움을 겪곤 있지만 현대중공업은 타 조선사 대비 월등한 건전성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회사마다 상황이 다른데 이를 무시하고 같은 잣대로 평가하고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것은 이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현재 진행중인 희망퇴직에 대해 우선 사측과의 대화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이라는 안건이 확산될 경우 회사 임직원들이 불안해 할 수 있다”면서 “10일에 있을 임단협 상견례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사측과의 대화가 결렬된 이후 대화의 진전이 없다면 조선노련과 함께 문제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조선사들에 비해 건전성이 양호한 것일 뿐 현재 회사가 어려운건 사실이며 희망퇴직도 강제성이 없다”면서 “마련될 자구안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드러난 게 없어 말하기 곤란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