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직 내려놓는 원유철 "유승민 사태·공천갈등 심적고통 컸다"

2016-05-02 11:16

원유철 새누리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일 "우리 새누리당은 계파갈등, 파벌주의를 청산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고 정권 재창출은 없다"면서 "새로 선출될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길 진심으로 기원드린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표로서 마지막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2월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으로 원내지도부로서 첫 걸음을 딛었다. 같은 해 7월 이른바 '배신의 정치'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한 후 합의추대를 통해 김정훈 정책위의장과 손잡고 원내대표직에 올랐다.

그는 "작년 2월부터 정책위의장으로 시작되서 원내대표, 최근에 당 대표 대행을 맡기까지 15개월동안 파란만장했고 다사다난했던 시간이었다"면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 민생 원내대표가 되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지만 너무나 부족한 점이 많았던 시간이었다"고 지난 임기를 돌아봤다. 

다만 그는 "
정책위의장에서 원내대표로 부족한 제가 합의추대됐던 순간들, 공천과정의 심각한 갈등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봉합하려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성과를 못 낼 때가 가장 마음이 고통스러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총선 참패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는 계파갈등의 청산 방안에 대해선 "경쟁의 초점이 어떤 지역이나 사람보다도, 정책이나 비전에 맞춰서 해 나가다보면 좀더 우리나라 정치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되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취임 당시만 해도 계파색이 엷다는 평가를 받았던 원 원내대표는 당·청 관계에서 소통 창구 역할을 하면서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됐다. 취임 100일 당시에는 신박(新朴)이라는 별명이 붙으며, "원활한 당청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저를 신박이라 부른다면 그것은 상관없다"고도 말한 바 있다.

그간 당·청 관계의 소통과 관련해서도 원 원내대표는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도 자주, 많이 했고 당의 입장을 관철 시킨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국정운영 동반자인 당·청관계가 악화될대로 악화된 엄중한 상황에서 원내대표를 맡아 당·청은 국민들께 끝까지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운명공동체란 생각으로 관계 안정화를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 결과 과거 건강보험료 사태처럼 정책적 엇박자로 혼선을 야기하거나 당·청 갈등으로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리는 일은 적지 않았나 한다"고 덧붙였다. 

야당과의 협상을 주도하면서 파트너였던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해선 "굉장히 인간적인 분은 틀림없고 좋으신 분인데 협상파트너로서는 아주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테러방지법의 경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법안 통과의 신념을 가지고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끝까지 인내하며 입법을 했는데, 그 과정 속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의 집념은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원 원내대표는 그간의 성과로 지난해 여름, 메르스 사태 당시 최단기간 추가경정예산을 통과시켰던 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협상 끝에 통과시킨 점 등을 꼽았다. 이밖에도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여야 대북규탄 결의안 통과, 북한인권법·기업활력제고법·관광진흥법·국제의료사업지원법·크라우드펀딩법·테러방지법 통과 등을 성과로 열거했다. 

다만 그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청년·중장년 일자리를 위한 노동개혁 4법에 대한 처리를 하지 못한 것은 대단히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