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이란 순방 통해 경제·북핵 해결 '두마리 토끼' 잡는다
2016-05-01 19:30
아주경제 주진 기자 =1일부터 3일까지 이란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를 중심으로 양국 협력관계를 격상시키는 등 중․장기적 협력기반을 다지기 위한 실질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국교 수립 이후 첫 이란 방문인데다 이란 제재가 해제된 지 107일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주요국과의 경제외교전에서 비교적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평가다. 또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경제 해제를 맞은 만큼 북핵 문제에 관한 상징적 해법을 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인구 8000천만명에 국내총생산(GDP) 3876억달러로 중동 2위의 경제 규모를 갖춘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등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란은 지난 1월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 이후 5개년 경제개발계획 아래 연평균 8%대의 성장을 공언하며 신흥시장으로 떠올라 세계 각국의 시장 선점을 위한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란은 경제 재건을 위해 에너지, 교통 등 인프라 투자와 정유·철강 등 산업 기반 확충에 나서고 있어 성장 한계에 부딪힌 우리나라 중후장대 산업 기업들의 돌파구로 여겨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 경제적 의의에 대해 "경제제재 해제 이후 재건에 나선 이란과 교역·투자를 정상화해 제2의 중동붐 교두보를 확보하고, 인프라 사업 본격 참여 등 협력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에너지산업 투자확대 기반 마련, 보건의료, ICT, 문화 등으로 협력을 다각화하려는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한-이란 교역은 2011년 174억불에 달했으나 경제제재 이후인 2015년 61억불로 축소됐다.
박 대통령은 이란 IRAN 신문사와 서면인터뷰에서 “이란과 교역 규모의 복원은 물론 교역 품목을 다변화하고, 이란의 경제 재건에 필요한 인프라, 산업기반,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성장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부 측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조약과 협정 3건을 포함해 MOU(양해각서)나 계약체결 등 40건이 체결될 예정이며, 이란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액수로 100억달러 이상 수주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대림산업,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인프라, 플랜트 분야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추진 중이다.
이란이 포스트 오일시대에 대비하여 산업다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이에 필요한 기술, 서비스, 문화 등 사회경제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혁신과 협력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어서 ICT 분야 등 신성장동력 산업 진출도 기대된다.
이번 순방에는 중소·중견기업 146곳과 대기업 38곳, 경제단체·공공기관·병원 52곳 등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36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해 경제계의 기대감을 보여줬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란의 전통 우방인 북한을 압박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와의 회동을 통해 북한 핵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이란의 협조를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북한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에 스커드 미사일을 제공한 이래 미사일 개발 및 공급 관계를 유지해왔다. 북한과 이란은 외교 통상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동안 테헤란 당국은 유엔에서 북한 인권 규탄 결의안에 반대하는 등 외교 무대에서 북한을 지지해왔다.
박 대통령은 이란 IRAN 신문사와 서면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의 경우는 NPT를 탈퇴했고 여러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핵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이란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면서 “이란의 핵 해법을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은 물론 실제 핵사용 위협까지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핵 개발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조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위협이나 도발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협상을 통해 핵 문제 해결 과정에 나올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해 나가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 개발이 아닌 국제 사회와의 협력만이 자신들이 원하는 안정과 번영도 가능하다는 점을 하루 속히 깨닫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이란과도 긴밀하게 협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박 대통령은 평양의 우방국들을 떼어놓으려고 해왔기 때문에 (북한과 이란의) 협력을 감소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면 이란이 큰 수확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