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신실크로드를 가다] CGV·롯데시네마, 베트남 영화관 3분의 2 장악…'극장 한류' 선도
2016-05-02 07:20
베트남에 깊숙이 파고든 한국 멀티플렉스 영화관
아주경제(베트남) 김현철 기자 = 동남아시아의 떠오르고 있는 신흥 경제국인 베트남 국민들이 한국 문화에 흠뻑 빠져들었다.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과 패스트푸드 등의 인기와 함께 한류를 앞세워 현지인들의 가슴에 우리 문화를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 극장 문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베트남의 영화관 매출 규모는 2015년 8000만 달러에서 2020년 1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베트남에는 CGV와 롯데시네마 등 한국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성행 중이다. CGV가 32개 극장 210개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롯데시네마가 25개 극장 111개로 뒤쫓는 등 한국 업체가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3월 23일 호찌민시 푸미흥의 비보시티몰에 입점한 CGV 골드클래스 상영관. 평일 오후였지만 데이트하는 연인들로 빈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김인철 CGV 베트남 영업마케팅 본부장은 "복합 쇼핑몰에 입점한 극장이다 보니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러 오는 연인이 많다"며 "비보시티점은 베트남에서 4DX, 골드클래스 상영관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극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IMAX 상영관은 이곳이 베트남에서 유일하다.
김인철 본부장은 "지난해 3월 처음 IMAX 상영관을 선보였는데 계속 매진돼 새벽 6시 조조를 더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CJ CGV는 지난 2011년 7월 베트남 1위 멀티플렉스인 메가스타(Megastar Media Company)를 인수하며 시장에 진출했다.
CGV가 베트남에 주목한 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의 젊은 층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2011년 당시 1인당 연간 영화 관람 횟수도 0.15회, 100만명 당 스크린 수는 2.34개에 불과한 초기 시장인 만큼 향후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CGV는 선진화된 국내 서비스를 현지에 도입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베트남 멀티플렉스사 중 처음으로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해 포인트 적립과 포인트별 선물 증정, 제휴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선보였으며 최초로 모든 스크린을 디지털화했다.
또 국내의 코엑스몰과 같은 복합 쇼핑몰에 극장을 개설하며, 쇼핑과 영화를 함께 즐길 수도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김 본부장은 "초기에는 몰에 CGV를 입점 시키기 위해 관계자들을 찾아가 설명을 하면 쇼핑하는 곳에 왜 극장이 있어야 하는지 이해를 못했지만, 이제는 먼저 찾아와 입점을 요청한다"고 귀띔했다.
CGV의 노력으로 베트남 극장 사업은 날로 커가고 있다.
김 본부장은 "시장이 커지자 지난달에는 배급사 디즈니가 직접 현지 극장 관계자들을 불러 설명회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CGV는 베트남에 한국 영화 상영 수를 확대하며 한류에도 기여하고 있다. 더욱이 양국 간 상호 이해를 통한 문화산업의 상생 발전을 도모하는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최초의 한-베트남 합작 영화 '마이가 결정할게 2(De Mai Tihn2)'는 현지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했으며, 지난해 12월 개봉한 베트남판 '수상한 그녀'인 '내가 니 할매다'는 역대 영화 흥행 순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며 기록을 갈아 치우기도 했다.
이외에도 2014년 베트남 독립영화 상영 지원을 위한 ‘아트하우스’를 호찌민, 하노이에 론칭했다.
◆ 롯데시네마 "한국 우수한 극장 문화, 베트남 전역에 전파"
롯데시네마는 2008년 5월 베트남에서 성공적으로 영화관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베트남 합자회사인 DMC(Diamond Cinema Joint Venture Company)를 인수하며 현지에 진출했다.
같은 해 12월 롯데마트 1호점인 남사이공점에 남사이공관을 열었다. 이곳에는 베트남 최초의 프리미엄 상영관인 ‘샤롯데’를 도입했다.
2011년 12월 하노이에 위치한 경남 랜드마크타워에 프리미엄급 상영관인 ‘롯데시네마 하노이 랜드마크관’을 개관하며 본격적으로 영화관 출점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롯데시네마는 베트남에서 단순한 영화관 진출을 넘어 한류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09년 호찌민 롯데시네마에서 코리아 필름 페스티벌을 개최해 '7급 공무원', '과속스캔들' 등 한국 영화 8편을 무료 상영했다. 특히 7급 공무원의 주인공인 배우 김하늘이 무대인사와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2012년 2월 하노이 랜드마크관 개관식에는 'Mr. 아이돌'의 여주인공 배우 박예진이 함께했다.
베트남의 모든 상영관은 영화의 감동을 주기 위한 기본에 충실하도록 디지털 영사 시스템과 3D 영사기를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음향 시스템과 편안한 좌석 등을 설치했다.
또 호찌민과 하노이 지역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역에 영화관을 확장해 단순히 영화관만을 개관하는 것이 아닌, 한국의 우수한 극장 서비스와 문화를 현지에 전파한다는 각오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