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신실크로드를 가다] 롯데리아, 햄버거 다 분해해 먹는 베트남에서 최다 점포 되기 까지
2016-04-25 06:34
(베트남 호찌민시)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베트남 사람들을 공략하기 위해 치킨과 함께 먹는 밥 메뉴를 선보이는 등 현지화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이제 본연의 메뉴인 햄버거 알리기에 나서야죠"
김동진 롯데리아 베트남 법인장은 지난달 24일 호찌민시 응옌후토(Nguyen Huu Tho)에 위치한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현지 탄광 지역에 매장을 열었는데 햄버거를 처음 본 현지인들이 빵과 야채, 고기를 분해해 하나씩 먹었다"며 웃어 보였다.
1998년 1호점을 오픈한 롯데리아는 식사 대용으로 햄버거를 먹는 문화가 없는 현지인들 때문에 사업 초기 애를 먹었다.
이에 메뉴를 현지화해야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식문화가 비슷한 필리핀 시장을 연구했다. 이후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쌀과 치킨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통해 라이스 세트를 출시했다. 사이드 메뉴로 베트남식 수프도 추가했다. 이 세트를 통해 메뉴 자체 인기와 함께 롯데리아에 대한 인지도와 친숙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현재 메뉴 매출 비중은 치킨 29%, 쌀 10%, 햄버거 9%다. 올해는 치킨버거류 개발을 통해 버거 매출을 끌어 올릴 계획이다.
현재 호찌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한국 간판은 바로 롯데리아다. 호찌민 95개, 하노이 40개 등 총 212개의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 프랜차이즈 업체들 가운데 최다 점포다. 경쟁업체인 KFC는 180개, 졸리비는 80개에 불과하다.
현재는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 중이지만 사업을 시작한 이후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점포 확장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프랜차이즈 관련 법령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당시 주재원들은 '밤하늘의 별 따기 보다 점포 확장하기가 더 어렵다'고 토로했을 정도였다.
점포를 내기 위한 임대차 계약은 한국과 달리 건물주가 결정을 해도 끝이 아니다.
김동진 법인장은 "배우자, 자녀 등 가족 모두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계약을 할 수가 없다"며 "외국 유학 중인 자녀가 있다면 일일이 연락을 취해 동의를 구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물가에 비해 비싼 임대료도 발목을 잡았다.
김종훈 차장은 "한국에 비해 물가가 훨씬 싼 베트남이지만 어떤 지역 상가는 월 임대료가 한국에 비해 더 비싼 곳도 있다"며 "한국 강남 상권에 속하는 호찌민 1군의 월 임대료는 2000만~3000만원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건물주를 만나도 문전박대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도 계속해서 가족들 모두를 만나 진심을 보인 결과 지속적으로 점포를 개발할 수 있었다.
김 차장은 "처음 점포 개발 당시 각 코너의 핵심 상권에 들어가자는 목표를 정확히 세웠기 때문에 모든 난관을 돌파해 현재 최다 점포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리아 매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프랜차이즈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현지 한국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주요 상권 입점을 위해 시장 조사를 나가보면 항상 롯데리아가 있다"며 "일찍부터 진출해 점포 개발에 힘써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리아 현지 법인은 2014년 12월부터 가맹 사업도 시작했다. 현재 14개를 운영 중이다.
롯데리아는 올해 엔제리너스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호찌민에 3개, 하노이에 2개의 매장이 영업 중이다. 엔젤리너스도 올해 하반기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베트남에서 엔제리너스는 고가 커피에 속한다.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 곳곳에서는 길거리에서 파는 500여원짜리 냉커피가 성행하고 있었다. 엔제리너스는 베트남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하일랜드에 비해 1.5배 정도 비싸다.
김 법인장은 "프리미엄 전략 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해 일반 고객들을 모으기 위한 저가 베트남 커피도 같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과일 빙수, 현지에만 판매하고 있는 마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김 법인장은 "저가 커피를 선보였지만 엔제리너스는 프리미엄 매장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한국의 크레페, 케이크, 허니브레드 등을 고급화해서 출시하려고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