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는 꽃, 봉오리를 틔우다…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28일 개막

2016-04-28 21:25

[사진=연합뉴스]

(전주)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28일 전주 영화의 거리 내 옥토주차장에 조성된 야외상영장에서 개막식을 열고 열흘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 2000년부터 대안·독립 영화를 선보인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45개국에서 온 211편(장편 163편·단편 48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개막식 사회는 이종혁과 유선이 맡았다. 레드카펫을 밟은 수많은 영화인 중에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은 인물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협받고 있는 위기의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강수연과 전 집행위원장이 이용관이었다. 전주에 모인 영화인과 영화애호가들은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이외에도 '국제경쟁'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배우 정재영, 한예리, 장미희, 안성기를 비롯하여, '코리아시네마스케이프' 선정작 '검은 돼지'의 감독 겸 주연인 안재홍, '시선사이'(감독 최익환, 신연식, 이광국)의 김동완,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6' 작품인 '눈발'(감독 조재민)의 주연으로 분한 아이돌 그룹 갓세븐의 주니어(박진영) 등이 레드카펫에 섰다.

조직위원장 김승수는 "누군가가 대한민국의 봄을 대표하는 것을 묻는다면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흐드러지게 핀 꽃과 전주국제영화제라고 답할 것"이라면서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16년간 화려하지는 않지만 뚜렷한 존재감으로, 크지는 않지만 묵직하게 대한민국의 영화인과 영화를 지켜왔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나온 길, 가야할 길은 분명하다. 16년 간 올곧게 지켜온 독립과 대안이라는 정체성을 지켜가는 것이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 봄의 영화도시’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집중이라는 기조를 걸고, 전주국제영화제가 태동했던 영화의 거리로 모든 행사공간을 모았다. 봄의 영화도시가 되기 위해 지난해에 처음 시도했던 야외 상영도 확대, 강화해 영화 애호가가 함께 하는 광장의 축제로서의 변화를 꾀한다.

개막작은 캐나다 출신 로베르 뷔드로 감독의 '본 투비 블루'. 절제된 연주와 신경질적인 흥분과 애조 띤 감상이 결합된 연주로 영화는 재즈 음악사에 각인된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영화다. 관객을 배신한 적이 없는 에단 호크가 주연을 맡아 진폭이 컸던 쳇 베이커의 삶을 그대로 재연해냈다. 모든 연주를 대역 없이 선보인 그의 연기가 보는 즐거움을, 농밀한 재즈 선율이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2년간 7일째 시상식을 치르고 남은 기간 동안 수상작과 화제작을 상영했는데, 이번 영화제에서는 3년 만에 폐막작과 폐막식을 부활시켰다. 폐막작은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상영된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감독판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디지털 리마스터링'이다.

화제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심도 깊게 나누는 '시네 마 클래스'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에 한국영화의 존재감을 알린 '올드보이'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올드 데이즈'의 클래스에는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이 게스트로 참여한다.

전주국제영화의 즐길 거리는 영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민과 관객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연 이벤트도 마련됐다. '밤마실-캠핑 인 전주'는 30일 야외상영작 '동주'가 끝난 후인 오후 10시부터 야외캠핑 분위기로 조성된 행사장에서 관객에게 무료로 캔맥주 및 음료, 안주를 제공한다. 어쿠스틱 듀오 ‘신현희와 김루트’와 신스팝 듀오 '롱디'가 출연해 밤 마실의 흥을 돋운다. 'C&M 착한 콘서트'는 5월 6일 열리는 폐막식 전야제 행사로 전주라운지 내 야외상영장에서 치러진다. 크라잉넛, 뷰렛 등 개성파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라 마지막 축제의 열기를 달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