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의 기쁨, 온데간데 없이…與 당선인 워크숍 ‘반성 또 반성’(종합)

2016-04-26 13:54

원유철 새누리당 대표권한 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제20대 총선 당선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해 총선 참패를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20대 총선에서 참패, 원내 1당을 빼앗기게 된 새누리당의 26일 당선인 워크숍은 ‘당선의 기쁨’ 대신 ‘반성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다만 전북과 전남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유일하게 당선된 정운천(전북 전주을), 이정현(전남 순천) 당선인에게는 동료 의원들의 환호와 격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통상 당선인 워크숍은 당선인들끼리 총선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자리지만, 이번 총선에서 122석을 얻는데 그쳐 ‘여소야대’ 정국을 맞게된 새누리당 당선인들은 통렬한 '자아비판'부터 시작했다. 이들은 국민의례를 마치고 카메라 앞에서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워크숍 벽면에도 ‘새누리당의 화합과 전진을 위한 당선인 워크숍’ ‘국민의 뜻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의 현수막을 기재, 앞서 공천과정에서 계파갈등에 따른 따끔한 국민적 심판을 의식한듯 보였다.

당 지도부를 대표한 원유철 원내대표는 행사 초반부터 고개를 숙였다. 원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당의 지도부로서 책임이 가장 큰 저부터 다시 한번 진심을 담아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진정성 있는 반성은 사죄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계파 정치를 청산하고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을 중심에 두고 국정과 민생을 겨 나가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천 과정에서 친박(親朴) 대 비박(非朴) 간 계파 갈등에 따른 당 내홍 수습이 급선무임을 강조한 것이다.

현역 최다선(8선) 의원인 서청원 의원도 단상 대신 낮은 플로어에서 “(사퇴한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반성하고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서 의원은 “무엇보다도 우린 단합하고 단결하는 것밖에 길이 없다”면서 “소수당이지만 집권당이다, 단합과 단결을 통해서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후배 의원들을 격려했다.

특히 친박계 좌장으로서 차기 당권 장악여부에 대해 “전 (당) 대표 꿈도 없다, 이미 다 그런 과정을 겼었고, 원내대표 꿈도 없다. 국회의장 얘기도 나오는데 야당이 우리한테 주지 않는다. 다 접어야 한다”면서 “저도 훌훌 털어내겠다”면서 백의종군 입장을 표명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에서 최다선 의원 자격으로 총선 패배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원 원내대표, 서 의원 등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나섰던 김무성 대표는 아예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대표를 포함한 12명의 당선인이 워크숍에 불참한 탓에 과거 19대 총선에서 152명으로 꽉채워졌던 당선인 워크숍 곳곳에 빈 자리가 보였다.

지역구·비례대표 최연소 '새내기 당선인'들도 당의 쇄신과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역구 최연소(43세, 경기 동두천·연천)인 김성원 당선인은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인 자신의 두 딸의 사례를 들어 "선거 끝나고 친구들한테 (아버지의 당선을) 자랑했는데, 친구들이 '국회의원 일도 안 하고 싸움질만 하는데 그게 뭔 자랑이냐'고 해 상처받은 듯하다"며 "그게 우리 현실"이라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비례대표 최연소(33세)인 신보라 당선인은 과거 당 백보드에 쓰여졌던 ‘청년이 휴지도 아니고, 왜 선거 때마다 쓰고 버리나’라는 글귀를 언급하며 “'내일'도 없고 '내 일'도 없는 청년들을 또다시 일회용 휴지로 만들어서야 되겠나”라며 20, 30대 표심을 읽어야 한다고 선배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계속되는 자아비판으로 워크샵은 내내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서청원 의원이 제가 8선이 되니까 80대인 줄 아는데, 73세이고 아직 마음은 젊다"며 농담을 던지자, 옅은 웃음이 새어나왔지만 무거운 분위기는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다만 시·도별 당선인 소개 중에 ‘보수정당 불모지’인 전북에서 유일하게 1석을 차지한 정운천 당선인이 나오자 좌중에서 “정운천이 제일 낫다”며 “고생했다”는 환호와 우레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전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이정현 의원 소개 때도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새누리당은 이날 4시간여 걸친 워크숍 말미에 총선 결과에 대한 반성과 변화·쇄신 각오를 담은 결의문을 발표, △총선 민심 받들어 정치 혁신과 변화 선도 △민생 안정시키고 경제 살리는 민생 국회 구현에 혼신의 노력 △당력과 국민적 총의 모아 박근혜정부 성공, 선진대한민국 창조에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 아울러 당 내홍 조기 수습을 위해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신상진)를 구성했다.
 

전북에서 처음 당선된 정운천(전주을) 당선인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