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빛 바랜 광주行…김종인-문재인 ‘오월동주’ 지속
2016-04-25 20:00
(아주경제=광주) 김혜란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빼앗긴 고향' 광주를 찾았다. 광주 민심을 파악해 수습책을 마련하기 위한 행보다. 그러나 당 혁신을 강조하며 호남 표심에 호소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이날 문재인 전 대표와 당권을 둘러싼 갈등을 노출하면서 더민주의 쇄신 다짐은 빛을 잃었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가 지난 22일 동석자 없이 만난 자리에서 한 얘기를 두고 양측의 발언이 엇갈리며 신경전을 벌인 것이 발단이었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에게 "당 대표를 하면 상처받을 수 있다"면서 합의추대론에 부정적인 뜻을 밝히고 전당대회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전했고,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당 대표 경선 출마를 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말해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반박했다.
광주를 찾은 김 대표는 "더민주는 민의의 정권심판에 힘입어 제1당의 자리에 올랐다. 전국정당의 기틀을 마련했다"면서도 "그러나 호남의 지지 없는 제1당은 많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총선에서 우리가 뼈 속 깊이 새겨야할 교훈은 '당권'이라는 계파의 욕심이 아니라, '집권'이라는 국민의 염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자신과 문 전 대표와의 갈등설과 관련해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부인한 뒤 "내가 더민주에 지난 1월 15일에 올 때 (더민주가) 수권정당이 될 수 있도록 그 채비를 갖춰주는 역할을 하러 온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문 전 대표 측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공지를 보내 "김 대표가 총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셨고 대선에서도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서 "언론이 사소한 진실다툼으로 두 분 틈을 자꾸 벌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 저희는 이 문제에 일절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더민주 지도부가 호남 민심을 보듬고자 광주를 찾았지만 더민주 투톱이 당권을 둘러싼 이견을 노출하면서 계파 갈등만을 고스란히 보인 셈이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총선 공약인 '삼성 미래차 산업의 광주 유치'를 추진하겠다며 호남 구애에 나섰다. 그러나 미래차 광주 유치 공약은 삼성 측이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한 데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주장해온 김 대표가 추진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