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시골편지] 파라솔을 펼치며
2016-04-25 18:00
김경래 시인(OK시골, 카카오스토리채널 ‘전원주택과 전원생활’ 운영)
부끄러워 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조약돌만한 내 뜰에 아침이 올 때
어느새 핀 돌담의 애기똥풀꽃을 보았네
때 되면 물 올라 잎 나고
문득 피어 노랗게 샛노랗게
스스로 너가 된
민들레도 제비꽃도
핏빛 진달래도 아닌
오로지 애기똥풀이 된 꽃에게
나는 지금 '무엇인가'를 묻다
강둑따라 핀 조팝꽃을
이제야 본 것이 부끄러워
낯 뜨거워지기 전에
파라솔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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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바깥 일을 했더니 봄볕에 얼굴이 타서 따끔 거린다. 겨울을 나며 그렇게 고대했던 봄볕이 벌써 뜨거워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된다. 적당하기가 무척 힘들다. 오늘은 아침부터 볕이 강해 데크의 파라솔을 펼친다. 펼치면서 멀리 강둑을 보니 조팝꽃이 하얗다. 노랗게 애기똥풀꽃도 피었고 산괴불주머니도 보인다. 제 스스로 되는 것들이 저리도 많은데, 나도 저렇게 되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