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형제갈등 왜 못 끝내나...알짜 '상표권' 수입 탓

2016-04-24 16:09

금호 상표권 사용료 현황 및 소송 경과[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형제경영’이 그룹 전통이었던 금호가(家)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금호(錦湖)’ 상표권 사용료를 놓고 여전히 법적 다툼 중이다.

현재 두 그룹의 이름으로 쓰이는 금호는 고(故) 박인천 창업주의 아호다.

두 형제는 지난해 계열분리를 통해 법적으로 갈라섰고, 형인 박삼구 회장이 누차 화해의 뜻을 내비쳤음에도 불구하고 약 599억원 규모의 상표권 수익 탓에 형제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24일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에 따르면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 금호개발상사에 지난해 8월 31일 제기한 598억7075만8423원 소가의 상표권이전등록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4차례의 변론이 속행됐으며 오는 28일 추가 변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한 지붕 두 살림’으로 불편한 동거를 해온 양사는 지난해 계열 분리되면서 공시도 따로 하게 되는 등 독립경영이 가능해졌지만 상표권 분쟁 2라운드를 진행중이다.

1심은 지난해 7월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사이에 상표 사용을 위한 명의신탁 약정이 체결됐다고 볼만한 문서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올해 금호그룹이 창립 70주년을 맞았지만 이같이 두 형제간 갈등의 앙금이 해소되지 못한 데는 ‘알짜’ 상표권 수익 영향이 크다.

금호석유화학은 상표권 사용료를 금호산업에 지불하다가 두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서 2009년 10월 이후 지급하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격인 금호산업에 있어 상표권 사용료는 주된 수입원이다. 지난해 금호산업 영업이익은 207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로부터 영업이익 85%에 달하는 금액을 상표권 사용료로 챙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는 금호산업이 소유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 브랜드를 오는 5월 1일부터 2017년 4월 30일까지 사용하는 대가로 월별 연결매출액의 0.2%를 금호산업에 지급하기로 했다.

상표권 사용 계약은 매년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금호산업은 “해당 공시는 기존 상표권 사용 계약 연장에 따른 것”이라며 “금액은 월 단위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정상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이름 값’ 명목으로 금호산업에 지불한 금액은 약 116억원이다. 지난해 장기간 파업과 직장폐쇄 등 고강도 노사간 갈등을 겪었던 금호타이어도 금호산업에 상표권 사용료로 약 61억원을 지불했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가 지난 2012년부터 금호산업에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와 향후 1년간 추가로 지급할 금액을 합치면 각각 581억원, 346억원으로 총 927억원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중에서 브랜드 가치도 높고 양호한 실적을 내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가 상대적으로 부실한 지주사격인 금호산업을 상표권 사용료만으로 먹여 살리고 있는 모양새”라며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한 계열사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상표권 수익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라 형제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