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세 번째 붐 맞은 인공지능, '과잉홍보' 경계해야

2016-04-24 12:17

(사진제공=구글딥마인드)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요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AI 라는 용어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AI 소프트웨어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AI의 인기는 식을줄 모른다. 인류와 AI의 대결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에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했고, 800만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유튜브에서 세기의 대결을 지켜봤다.

AI가 프로 바둑 기사를 이기는 위업을 달성하고,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속도로 진화한 것을 확인한 인류의 충격도 잠시, AI 특수를 노린 IT기업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AI를 자사 제품에 끌어들이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로 AI 붐에 발 맞춰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과 투자계획 등을 서둘러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는 AI 붐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곱씹어 봐야한다. 이번 AI 붐은 '제3차 붐'이다. 이 말은 과거 두 번 AI 붐이 일었지만 사그라들었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는 얘기다. 
 
AI가 탄생한 1950년대에 첫 번째 붐이 도래했다. 당시 AI는 퍼즐과 간단한 게임을 풀 정도여서 실용성이 떨어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했다. 1980년대에 맞은 두 번째 AI 붐은 전문가의 지식을 AI에 심어 행동과 판단의 규칙으로 학습시키고, 그 규칙 범위 내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려 했지만, 인간이 규칙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 그 활용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약점이 노출되자 열기가 사그라졌다.  

세 번째로 도래한 이번 AI 붐이 과거와 다른 점은 바로 '딥러닝(심층학습)'이다. 대량의 데이터를 AI 스스로가 관계성과 특징을 찾아 학습하고 그 결과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 딥러닝 기술은 음성, 영상, 언어처리라는 3가지 분야에서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한창이지만, 또 다시 붐에 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AI의 신기술 딥러닝을 개척한 1인자로 꼽히는 얀 렌쿤 페이스북 AI연구소장(뉴욕대 교수)은 "최근 일고 있는 AI 붐에서 딥러닝은 틀림없이 과잉 홍보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려는 수많은 기업들이 자금조달 단계에 있어 실제 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과장되게 홍보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얀 렌쿤 소장의 지적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매우 위험한 징후다. 과거 두 번의 붐에서 더이상 AI를 발전시키지 못해 실패한 이유가 바로 지나친 기대를 갖게 한 반작용이었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그는 "인간의 뇌처럼 움직이는 칩이나 대뇌피질처럼 움직이는 알고리즘이라는 것도 과잉 홍보된 것 중 하나로 IBM을 포함한 복수의 기업이 이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증명된 바 없는 기술"이라 잘라 말했다. 

한 전문가는 딥러닝에 대해 "경험적으로 학습시켜 정밀도를 아무리 높여도, 어디선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지만 그 원인을 찾기가 매우 어렵고, 언제 틀릴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며 "AI는 블랙박스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네 번째 대결에서 패배한 구글딥마인드팀은 그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일반적인 프로그램이라면 코드를 추적해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딥러닝은 블랙박스와 같아 알고리즘을 찾기가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30년 만에 찾아 온  AI 붐을 과거의 신기루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개발자와 연구자, 언론이 AI에 과도한 홍보를 삼가야 한다. 개발자들은 일반인이 지나친 기대를 갖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일부터 연구를 진행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