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위대한 소원’ 못다 이룬 발칙한 우정이여
2016-04-18 17:24
영화 ‘위대한 소원’(감독 남대중·제작 브레인샤워·공동 제작 제공 콘텐츠 판다·배급 NEW)은 죽음을 앞둔 친구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한 절친들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남준(김동영 분)과 갑덕(안재홍 분)은 고민이다. 자신의 오랜 친구가 죽는다는 것도 혼란인데 그의 마지막 소원이 첫 경험을 갖는 것이라니. 고등학생인 이들에 섹스란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일이었다. 두 친구는 어른들 모르게 거사를 치르려 노력하고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기까지의 과정은 고되고 험난하다.
영화는 고환의 첫 경험을 중심으로 남준, 갑덕의 고군분투와 눈물겨운 가족애를 풀어낸다. 특히 고환의 첫 경험을 위한 일련의 과정들은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들로 관객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준다. 거기에 남준, 갑덕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우리와 가까운 주변 인물들로 묘사되며 남성 관객들에게는 공감의 키워드로 다가온다. 세 친구를 연기한 류덕환, 김동영, 안재홍은 실제 고등학생 같은 자연스러움으로 시종 극의 웃음을 담당하고 전노민의 부성애 연기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코믹하면서도 뭉클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위대한 소원’은 ‘몽정기’에도 ‘스물’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충분한 발칙함도 충분한 재기발랄함도 느낄 수 없는 이 영화는 마치 이야기를 하려다 만 것처럼 찝찝한 뒷맛만을 남긴다. 발랄하고 발칙한 코미디의 등장까지는 좋았으나 이야기를 풀어가고 마무리 짓는 과정은 소재 및 분위기에 도취한 듯 언저리에 머물기만 한다.
또한, 안타까운 부분은 여성에 대한 시선이다.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남대중 감독은 “어른이든 아이든 여성에게 헛소리하면 반드시 응징당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남 감독의 말은 영화를 본 여성 관객에게는 다소 의뭉스러운 변론처럼 느껴진다.
극 중 여성 캐릭터들은 성의 대상화 내지는 걸림돌로 묘사된다. 또한, 여성 폄하적인 시선을 기저에 깔아놓고 그들을 폭력적으로 대하면서 마치 여성이 주도권을 잡고 우위에 있는 것처럼 표현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들을 대하는 남성 캐릭터들의 태도며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결정적 한 방은 그야말로 남성의 ‘한 방’으로 그리 젠틀하지는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