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클로버필드 10번지' 아무 것도 믿을 수 없기에
2016-03-31 11:18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감독 댄 트라첸버그·수입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의문의 공간에서 깨어난 여자 미셸(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과 정체불명의 남자 하워드(존 굿맨), 그리고 그를 구원자로 여기는 남자 에밋(존 갤러거 주니어)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미셸은 호시탐탐 밖으로 나갈 기회를 노리고 에밋은 이를 만류하며 “하워드의 말이 모두 사실이며 지구는 멸망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미셸은 밖으로 도망칠 기회를 얻지만, 문밖을 나서기 직전, 지구가 멸망한 흔적을 발견한다. 모든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녀는 다시 지하 벙커로 돌아오지만, 그곳에서 하워드가 누군가를 살해한 흔적을 발견하고 또다시 밖으로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는 지난 2008년 개봉작 ‘클로버필드’에 이은 ‘클로버필드’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이다.
‘클로버필드’의 후속작으로 영화 팬들 사이에서 이슈를 모았지만, 후속작보다는 프로젝트의 한 작품으로 보는 것이 맞다. 비슷한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은 맞지만 캐릭터 및 전개 방식과 스토리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성과 테마는 ‘클로버필드’와 같되 다른 이야기를 변주해나가는 방식은 기존 영화의 팬들에게는 아쉽거나 혹은 신선하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시종 미셸의 시점에서 그가 겪는 불안감과 의문, 그리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강조하며 분위기를 이어간다. 이 불안한 기운은 영화의 가장 큰 묘미이며 즐거움이다. 엔딩크레딧까지 숨죽일 수밖에 없는 매력은 미스터리 스릴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처럼 느껴질지도.
또한, 강렬한 캐릭터들의 조합과 배우들의 연기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러닝타임 105분을 끌고 가는 세 명의 배우들은 영화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밀고 당긴다. 특히 하워드 역의 존 굿맨은 압도적인 심리 묘사로 관객들의 몰입을 높인다.
끊임없는 갈등과 고민 그리고 의문들은 ‘클로버필드’의 105분을 꽉꽉 채워 넣으며 또한 흐트러짐 없이 한자리에 모아놓는다. 흥미로운 영화의 엔딩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 댄 트라첸버그 감독은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진행시키며 ‘클로버필드 10번지’ 후속작을 예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