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C 비율 두고 금융위·보험업계 갈등
2016-04-13 13:11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국내 보험사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대부분 떨어지면서 RBC 비율을 놓고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소형 보험사는 RBC 비율이 당국이 권고한 150% 수준에 근접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RBC 관리를 주문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획일적인 규제가 오히려 보험사의 투자·상품개발 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의 위기관리 의지에는 동의하지만 규제가 보다 유연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5개 생명보험사와 31개의 손해보함사 RBC 비율은 267.1%로 같은해 9월말(284.8%)보다 17.7%포인트 하락했다. 생명보험사의 RBC는 278/3%, 손해보험사는 244.4%로 각각 18.8%포인트, 15.4%포인트 떨어졌다.
생명보험사중 RBC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KDB생명으로 178.5%였고, 이어 동부 182.4%, 알리안츠 183.6% 등의 순으로 낮았다. 한화·IBK·KB·라이나 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도 RBC 비율이 전분기대비 30~45%포인트 하락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손보사 중 RBC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롯데손보로 144.4%였고, 이어 흥국화재 150.9%, 한화손보 165% 순이었다. 삼성·동부·한화 등 대형보험사들의 RBC 비율도 전분기대비 17~52%포인트 하락했고, 카디프와 AIG·페더럴 등 외국계 손보사는 무려 70~1400%포인트나 떨어졌다.
RBC비율이란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급여력 지표다. RBC는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을 말하는데 보험회사는 보험업상 RBC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RBC 100%는 보험사고가 한꺼번에 터져서 일시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닥쳐도 보험사가 파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의 신용위험이 증가하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야 하는 만큼 RBC 비율은 150% 이상으로 관리하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RBC의 신뢰수준을 97%에서 99%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보험 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자금 확보 수준을 99%까지 만들라는 의미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금 유동성이 더욱 어려워지는 셈이다. 지난해 말 생명·손보사의 RBC 비율이 무더기로 떨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보험 업계는 당국의 리스크 관리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이지만 획일적인 자본 규제가 오히려 보험사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보험업에서 적자를 내는 만큼 운용 수익으로 상쇄를 해야하는데 RBC규제 강화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