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원자력의 양면성과 한미원자력 협력
2016-04-11 19:44
평화적으로 이용될 때는 과학, 의학, 에너지원으로써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자칫 악용될 경우 인류를 멸절시킬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이 양면성이 지금 이 시간 한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월 6일 제4차 핵실험,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을 단행하고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한 가운데 위협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고 있는 북한이 원자력의 하이드씨를 대표하고 있다.
즉 북한은 사용 후 핵연료에서 추출한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으로 제조한 핵폭탄을 내세워 한국의 안전과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정,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 4월, 4년여의 진통 끝에 개정된 신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오는 14일 열릴 한미원자력 고위급위원회는 원자력의 지킬 박사와 같은 측면을 대표한다. 평화적으로 이용될 경우 원자력은 과학, 의학은 물론이고, 자원고갈과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시대에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 에너지원의 총아이기 때문이다.
40여년 만에 개정된 신 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의 그 같은 측면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즉, 원자력 발전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사용 후 핵연료의 관리,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물질과 시설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핵안보, 나아가 원전의 해외수출을 통한 경제성 증진 등 모든 분야에 있어 한미 간에 “선진적이고 호혜적인”협력증진을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고위급 위원회는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야 할까?
기본원칙으로서 포괄성과 구체성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려야 한다. 이번 회의가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의 첫 걸음인 만큼 장기적인 협력의 큰 틀을 그리는 동시에 것이 공허한 말장난에 그치지 않게 구체적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의제와 참석자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구조다. 한국에서는 외교부가, 미국에서는 에너지부가 고위급위원회 공동의장을 맡은 것처럼 가급적 특정분야에 치우치지 않을 뿐더러 원자력과 관련된 어떠한 의제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또 당국자 외 필요하다면 민간 전문가들까지 폭넓게 참여시켜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는 4개의 실무그룹 –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미래창조과학부), 원전연료 공급 (산업통상부), 원전수출 증진 (산업통상부), 핵안보 (외교부) - 의 운영에 관해서다.
별도의 부처에서 주관하는 각 실무그룹이 자칫 부처이기주의에 빠지지 않고, 부처 간 시너지를 통한 창의적인 협력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원전수출은 원료의 안정적 공급과 사용 후 핵연료관리, 핵안보를 동시에 감안하지 않으면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다.
원자력과 관련하여 한반도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일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원자력의 하이드씨가 한반도를 지배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은“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다시금 강조했다. 지킬박사의 영역이 넓어지면 하이드씨가 설 땅이 좁아진다는 큰 그림 위에서 한 발언일 것이다.
실로 한미원자력 협력의 의미는 단순한 경제적 의미 이상이 있다. 원자력 에너지의 미래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좌우할 수 있는 잠재성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 열리는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가 그 잠재성을 최대한 열어놓고 활용할 수 있는 초석을 놓기를 바라마지 않는다.